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가뜩이나 삶이 어려운 피난민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유언비어에는 “외국인 절도단이 있다”, “이미 폭동이 일어났다”, “전기가 10년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등 근거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미야기(宮城) 현 경찰에 따르면 일본 경찰의 신고 접수 전화번호인 110번에 하루 500~1000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지만 목격자의 착각에 따른 신고가 적지 않다. 센다이시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한 남성(35)은 “‘외국인 절도단이 있다’, ‘강간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을 지인과 아내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또 ‘내일 내리는 비에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절대 맞으면 안 된다’거나 ‘정부는 혼란을 막고자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한다’는 등 건강과 관련한 소문들도 피난민의 마음을 동요시키고 있다. 인터넷에도 ‘폭동이 이미 발생했다’거나 ‘20∼30건의 강도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다’는 등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야기현 경찰은 지난 25일 센다이(仙台)시에 있는 초등학교 등에 설치된 대피소를 방문해 전단을 나눠주며 피난민에게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교민들은 혹시 간토(關東) 대지진 때처럼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가나가와, 지바, 시즈오카 등에서 발생한 간토대지진 직후 ‘재일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재일동포 3세라는 “빈 집 절도나 현금 절취 등 좋지 않은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며 “인터넷상에서 그런 일이 재일 한국인이나 중국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