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현이 방사능 오염 우려로 농작물 파종을 미루기로 하는 등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 공포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는 현 내 모든 농가에 볍씨 파종을 비롯한 모든 농작물의 파종을 연기하도록 당부했다. 후쿠시마현의 쌀 생산량은 전국 4위, 농업 출하액은 전국 11위로 일본의 농업 중심지역이다. 후쿠시마현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토양을 분석해 농지가 안전한지를 확인한 뒤 농작물의 파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잎채소 등의 섭취제한과 출하중단을 지시했다.
또 일본 정부는 원전 주변 30㎞ 이내 지역 주민에 대해 완전 대피 또는 실내 대피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여서 이 지역 올해 농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어 토양 오염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현은 농민 피해에 대해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과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토양뿐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지역의 하루 방사선량이 연간 한도의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2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지점의 하루 방사선 누적량은 약 1.4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 이는 일반인이 아무런 방어조치 없이 24시간 동안 밖에 머물 경우 연간한도(1밀리시버트)를 넘는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이내에 내렸던 완전 대피령을 확대해 20㎞~30㎞ 권역의 주민 1만1000명에게 자율적인 완전 대피를 당부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야당은 “애매모호한 지시며 정부의 책임 회피”라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25일 원전 근해에서 방사성 요오드-131이 기준치의 1250배, 세슘-137은 기준치의 79.6배가 검출되는 등 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의 잠정 기준치를 현행 5m㏜에서 10m㏜ 이상으로 높이고, 식품과 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잠정 기준치도 완화하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은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의 잠정 기준치를 연간 5m㏜(밀리시버트)로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물과 식품의 방사성 요오드 잠정 기준치는 연간 50m㏜ 이하, 세슘은 5m㏜ 이하로 돼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 부근의 우유 원유(原乳)와 시금치 등에서 이 기준치를 넘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이후 큰 혼란이 빚어지자 일본은 자국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닌지 논의해 왔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