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해 공습 등 무력으로 압박을 해 온 서방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카다피의 퇴진과 ‘포스트 카다피’ 논의에 나서고 있다. 특히 2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리비아 사태 당사국 회의는 서방국가를 포함, 국제사회의 리비아 해법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앞두고 카다피의 거취와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아프리카국가로의 망명 등 구체적인 방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카다피, 아프리카 국가로 망명?=28일 영국 가디언은 이탈리아가 카다피의 아프리카 국가로의 망명 등 중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도 이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고위 관리는 카다피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국가로 망명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단 등 일부 국가는 ICC에 가입하지 않아 ICC 영향력에서 벗어나있다. 영국 관리들도 카다피가 재판에 서는 것을 원하지만 카다피 망명이 평화적인 해결책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카다피는 즉각 물러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도 이날 제이 카니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정상들이 비디오컨퍼런스를 통해 카다피는 합법성을 잃었으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런던회의에 리비아 반군이 초대되지는 않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이 반정부 세력의 총리로 지명된 마흐무드 지브릴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딜레마=이처럼 국제사회는 군사작전에 이어 외교적으로 카다피 퇴진 압박에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카다피가 끝까지 버틸 경우 군사작전을 동원해 카다피를 쫓아내야할지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심은 깊다.
28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은 ‘오바마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카다피의 퇴진은 원하지만 이를 위한 군사개입은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카다피 퇴진이 실현 가능한지, 카다피가 퇴진하지 않을 경우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에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리비아 반군은 제대로 전투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제럴드 사이브도 향후 리비아 시나리오와 관련 미국이 선호하는 2가지 방안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2가지 방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리비아군이 반군편으로 돌아서는 것과 외부로부터의 퇴진 압박으로 카다피가 항복하는 방안이 있다. 반면 리비아 동부는 반군, 서부는 카다피가 분할통치하거나 카다피가 서방 세계가 지칠 때까지 버텼다가 반군을 말살하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동서 분할의 경우 미국과 연합군이 반군 점령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사이브는 사담 후세인의 경우 외국군을 특정 지역에 고립시켜놨다가 막대한 유지비 때문에 지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작전을 썼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리비아 반군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다국적군도 28일 트리폴리 남부 게리얀, 미즈다 지역의 군사시설 등을 폭격했다. 다급해진 카다피 정권의 칼레드 카임 외무차관은 이날 “정전 협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으며 정치적 변화에 대한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