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유출시킨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론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IAEA의 역할이 기대됐지만 위기관리능력에 커다란 약점이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9일 “IAEA가 이란이나 북한 등 핵개발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기능은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활동은 부진하다”고 지적하면서 “일본 원전사태 이후 IAEA의 신뢰도 실추됐다”고 평가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자 기사에서 “IAEA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사고를 확인한 것은 최초의 폭발 이후 5시간이 지나서였다”며 “IAEA는 오스트리아 빈의 위기관리실에서 원전사고와 관련한 뒤늦은 정보를 가지고 감시를 계속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구소련 전문가팀의 수장이었던 유리 안드레예프 씨도 “IAEA에는 핵참사에 대응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체르노빌 원전사태 때도 소련정부가 IAEA에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부족한 정보 제공에 우려를 나타냈다.
IAEA는 1957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했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기초해 핵무기 비보유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이외의 국가)에 대해 핵물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현지를 직접 시찰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 이 밖에도 방사성폐기물관리ㆍ원자력시설안전ㆍ방사선방호 및 공중보건 등과 관련한 8개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IAEA의 시찰 이외의 다른 기능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아마노 유키야 IAEA사무총장은 최근 “원전 안전성은 각국이 책임지는 것이 대전제이며 IAEA가 ‘원전 안전의 감시자’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시설 사찰과 관련해서 ‘핵 감시자’로 불리는 IAEA도 원전 사고 대응에는 당사국에 강제력을 지니는 권한이 없고 ‘협력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전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아마노 사무총장은 28일 원전 안전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여름이나 이르면 6월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 안전과 관련된 IAEA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마노 총장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얻을 수 있는 교훈 등 이번 사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핵 안전과 원전 사고 대응책 강화 방법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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