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정 부회장이 또 대형 사고(?)를 쳤다. 임직원이 퇴직한 뒤에도 10년동안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생 자녀 학자금까지 모두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
정 부회장의 통큰 선언으로 가슴이 철렁한 재계의 눈과 귀는 정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내부 고객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통큰 경영철학을 갖춘 최고경영자다. 퇴직 임직원을 향해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퇴직 후 자녀 학자금 걱정이 으뜸인데 신세계 임직원으로서 자긍심이 생길 수 있도록 학자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자”는 말을 자주 했다.
직원들이 회사에 무한 감동하며 사기가 올라야 고객을 최고로 섬긴다는 생각에서다. 미국 브라운대학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물산 경영 지원실에 입사한 뒤 1995년 신세계백화점 전략기획실 이사를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2009년 신세계호의 지휘봉을 잡은 정 부회장은 말보다는 행동을, 이윤 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통큰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특히 임직원을 향한 정 부회장의 통큰 경영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직원 임금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등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정 부회장은 또 연간 매출 200억원을 보장하던 서울, 인천, 광주 등 신세계 이마트와 백화점의 1,2층 매장들을 밀어내고 사원과 협력업체 직원 만을 위한 어린이집도 세웠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의 복지야말로 최선의 고객서비스라는 경영철학 없이는 선택하기 힘든 선택들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개최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유통업은 사람이 곧 설비이고, 사람에게 쓰는 돈은 투자다”면서 “이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도서관 사업을 벌이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통큰 경영은 상생경영, 소통경영 등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경영으로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요즘 신세계의 최고경영자로서 첫발을 내딛었을 때 공약했던 공약들을 하나 둘씩 꺼내들고 있다. 당장의 이윤을 남기기 보다는 사람을 남겨야한다는 통큰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