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회장 4월에도 서울체류
日원전영향 한국서 진두지휘
방사능 공포가 ‘왕회장’의 오랜 경영방식까지 바꿔놨다.
30여년 동안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에서 머무는 ‘셔틀경영’으로 양국 롯데그룹의 경영현안을 챙기고 있는 신격호(89)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짝수 달인 4월임에도 일본으로 출국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초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두 달째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신 총괄회장은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머물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일본으로 떠나겠다는 말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3ㆍ11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으로 피신왔던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막내딸 신유미 호텔롯데 비상임고문 등 일가족은 지난달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1960년대 말 그룹을 창립한 후 30여년 동안이나 ‘셔틀경영’을 고수해온 신 총괄회장이 이번에 고집을 꺾은 이유는 바로 방사능 노출 위험 때문이다.
일본롯데 본사가 도쿄에 있어 지진 피해는 거의 없지만 방사능 누출 위험이 일본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일본에 머물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평소 신 총괄회장은 89세란 나이를 고려해 건강에 크게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ㆍ담배는 일절 하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대신 신 총괄회장은 한국으로 출장온 일본롯데 측 직원으로부터 일본롯데의 경영현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집무실에 머물며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의 실적보고도 받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현재 하루에 계열사 1~2개의 실적보고를 직접 받고 있다”면서 “아들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줬지만 해외사업을 제외한 모든 경영현안을 직접 챙긴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사업 쪽도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고령임에도 여전히 숫자에 밝을 뿐만 아니라 일일히 서류를 챙겨 실적보고 때마다 계열사 대표도 상당히 긴장할 정도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있었던 대한통운 인수전도 직접 챙기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 사이에서는 ‘두 회장님’을 구별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은 ‘왕회장님’으로, 신동빈 회장은 ‘회장님’으로 부른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 새롭게 도입한 직급체계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새로 도입한 성과 중심의 직급체계(그레이드 인사체계)에 대해 “실무직이 아닌 관리직인 임원급은 새로운 직급체계 적용대상에서 빼야 한다. 그래야 실력있는 실무자와 관리자 인재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