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든 선거든 받아들일 수 있다”
외교적 해법 모색 이어“퇴진 여부는 자국민 결정”
반군·국제사회와 타협시도
“아들에 권력계승도 반대”
伊 등 주변국은 반응 싸늘
4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국민투표, 선거 등 정치 개혁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반군 및 국제사회와의 타협을 시도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그의 퇴진 여부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아닌 자국민들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카다피의 특사 파견 등 외교적 노력에 이은 타협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반군과 국제사회는 카다피 일가의 퇴진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이탈리아도 반군 정부 인정=이날 카다피는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군측의 요구사항인 정치개혁, 선거, 헌법 제정 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무사 이브라힘 정부 대변인은 “카다피가 없다면 리비아는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것”이라며 카다피가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다피는 리비아의 각 부족 및 국민들을 통합하는 안전판 역할(the safety valve)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군측은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카다피 아들들의 권력승계마저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타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의 특사인 압델라티 오베이디 외무장관 직무대행은 전날 그리스에 이어 터키, 몰타 등을 방문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주변국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렌스 곤지 몰타 총리는 이날 오베이디 특사에게 “카다피와 그의 가족들은 반드시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카다피 특사의 제안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며 리비아 반군 조직인 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적 대화상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반군을 합법적인 대표기구로 인정한 것은 프랑스와 카타르에 이어 이탈리아가 세 번째다.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탈리아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반군, 처음으로 원유 수출 준비=한편 카다피군에 맞서고 있는 반군은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이번주 처음으로 원유를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비아 원유를 실을 대형선박이 4일 오전 이집트를 출발해 리비아 토브룩 근처 수출항인 마르사 엘하리가에 도착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 선박정보 관계자는 이르면 5일 오전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 발생 이후 반군측의 첫 원유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그리스 디나콤 소유로 10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리비아 사태 발생 전 배럴당 100달러선에 거래됐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4일 120달러대를 돌파했다.
한편 이날 미국 재무부는 최근 영국으로 망명한 무사 쿠사 전 리비아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리비아 고위관리들의 이탈을 촉진해 카다피 체제의 붕괴를 앞당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