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내 로봇 관련업체들이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지상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상로봇은 공중로봇, 해상 및 해저로봇에 비해 개발비, 개발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상용화가 쉬워 일단 각 업체들이 가장 활발히 투자하는 분야다. 무인항공기 등 항공로봇에 비해 우리의 경우 선진국의 기술력에 근접, 세계시장을 노크해 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방위로봇 분야에서는 성과가 속속 도출되는 중이다.
정부도 지난 1월 말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7개 관계부처 합동 ‘범부처 로봇시범사업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올해 300억원 등 2013년까지 시범사업에만 총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16개의 유압식 액츄에이터를 다리관절에 장착해 자율주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한 ‘다족형 견마로봇(일명 진풍이)’을 개발 중이다. 260억원이 투입돼 내년 개발이 완료될 이 로봇은 차량진입이 불가능한 산악이나 재해지역에서 정찰, 탐지, 경계, 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퍼스텍은 위험물처리, 정찰 등을 수행하는 다목적 로봇 ‘스코봇’을 지난 2009년 개발한 이래 지난해 2차례 실전투입 등 기능 개량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로봇은 1인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무게가 가볍고 등판능력, 전복시 복원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진로봇과 한화 및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2004년 개발된 ‘롭해즈’ 후속모델로 정찰 및 전투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재난현장의 인명탐색, 순찰, 위험물 제거 뿐 아니라 전투까지 가능한 용도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최대 12시간으로 늘고, 100m 전방까지 주야간 식별이 가능해지는 등 선진국 수준으로 기능도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은 지능형 감시경계로봇을 개발, 지난 2008년과 2009년 실전 실험을 실시했으며, 지속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주야 감시 및 추적 카메라, 살상무기 등이 탑재돼 경계지역 내 침입자를 추적ㆍ확인하고 제압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해 알제리에 550억원 규모로 수출했으며 지능화 및 무인화기술을 토대로 한 원천기술을 확보해 로봇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도담시스템즈도 유사한 기능의 경계로봇을 개발,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사업을 수주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다. 이밖에 현대로템은 정찰 및 위험물 처리로봇을, 한울로보틱스는 차량적재용 다목적로봇을 각각 개발 중이며 연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양적, 질적으로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일부제품 수입이나 자체개발로 도입왰으며, 기술력이나 운용성에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화재진압, 위험물탐지, 감시경계, 구조 등 지상로봇 개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위사업당 R&D 지원액을 지금(1억∼2억원)의 10배 이상 늘리는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또 로봇업체는 지속적인 기술축적과 함께 IT, BT, 나노 등 연관업체와 융복합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로봇연구조합 관계자는 “국내 지상로봇은 기술력이나 운용성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다”면서도 “주요부품 생산과 SW기술에 강점이 있어 산학연관이 지혜와 힘을 모으면 보다 빠르게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