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는 6일부터 맛동산, 홈런볼, 오예스 등 24개 품목 공급가를 평균 8% 인상한다고 5일 발표했다. 유지, 설탕,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다는 게 해태제과가 제품 가격을 올린 이유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해태제과는 제분업체인 동아원이 밀가루 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지난 1일보다 빠른 지난달 말 이미 주요 대형마트의 과자 공급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해태제과가 밝힌 가격인상 품목이 24개가 아니라 실제로는 81개에 달하는 셈이다.
평균 8%라는 밝힌 인상율에도 꼼수가 잔뜩 숨어있다.
한 대형마트가 자체 집계한 해태제과의 가격 인상률에 따르면 대부분 인상폭이 1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40%대까지 가격을 치솟은 과자도 한 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해태제과가 가격인상률을 실제보다 낮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970원하던 해태제과의 생크림홈런볼컵(51g)은 1360원으로 40.2% 올랐다. 초코홈런볼컵(51g)도 40.2% 오른 1360원으로 가격이 바뀌었다. 970원짜리 롤리폴리(72g)와 롤리폴리딸기(72g)도 1360원으로 인상폭이 40.2%에 달했다. 맛동산(8팩)은 2980원에서 3980원으로, 해태 구운양파(8팩)도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각 33.6%나 가격이 비싸졌다.
초코 홈런볼 4개(각 46g)짜리는 25.1% 오른 4480원, 딸기 홈런볼(46g)과 생크림 홈런볼(46g) 등도 가격인상폭이 25.1%를 찍었다. 오예스504g(18봉, 4640원), 후렌치파이딸기(307g, 4390원) 등 나머지 제품들도 인상폭은 16.7%에 달했다. 반면 가격인상률이 한자릿수인 제품은 자일리톨 껌(2개, 3980원 0.8% 인상) 등 비인기 과자류 3개 품목에 그쳤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같은 인상률 차이는 공급가와 판매가의 괴리현상에 따른 것"이라며 "해태제과의 공급가는 평균 8% 인상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은 또 있다.
해태제과는 이날 과자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최소한의 가격인상과 가격인하를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가격인하 내용을 보면 이같은 발표 내용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갖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더욱이 가격인상과 동시에 단행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용 가격이하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해태제과는 이날 가격인상과 동시에 해태 썬키스트 등 5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하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맛동산이나 홈런볼처럼 인기가 높지 비인기 상품이란 점이다. 더욱이 땅콩그래(225g) 5.6%, 미니화이트엔젤(400g) 3.8%, 생생99% 사과캔디(30g) 1.3%, 생생99% 과즙캔디복숭아(30g) 1.3%로 인하폭이 낮아 생색내기용 가격이하라는 인상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해태제과가 인기 제품에 대해 인상폭을 높게하면서 일부 비인기 제품은 가격인하하는 방법으로 평균 가격인상폭을 낮추는 등 꼼수를 부린 것 같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 소비자는 “국내 굴지의 과자회사가 과자값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는 듯한 인상이 짙다”며 “과자는 어린이가 즐겨 먹는 제품이란 점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꼼수를 부린 것도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한편 설탕값과 밀가루 가격인상에 발맞추 해태제과가 대폭적인 과자값 인상에 단행하면서 오리온, 롯데제과를 비롯한 나머지 제과회사들도 뒤따라 가격인상 레이스에 돌입하는 등 해태제과發 가격인상이 본격화할 공산이 커졌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