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정책이라며 비판이 쇄도하던 2008년 말 관료 출신의 삼성 고위간부가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는 “환율 덕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 대기업이 일 한 번 낼 것 같다”고 했고, 강 장관은 (웃으며) “그럼 정부 덕 봤다고 홍보도 좀 하라”고 했다.
수출 대기업이 MB정부에서 환율 혜택을 톡톡히 본 건 사실이다.
영업이익에서 환율 효과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계량이 어렵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1조원(10조9252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고, 지난해는 무려 60% 가까이 늘어난 17조2965억원을 거뒀다.
업계는 환율이 1원 움직일 때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수백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본다. 100원이 떨어진다면 수조원대의 이익이 줄어든다. 마침 원/달러 환율은 계속 떨어져 1080원 선까지 하락했고, 올해 이들 대기업의 실적이 작년 같지 못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른다.
이건희 회장의 결자해지로 ‘낙제’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재정부의 섭섭함은 싹 가시지 않은 듯하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참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요즘 “대체 지난 3년간 삼성이 환율로 번 게 얼마나 될까요?”라고 묻는 재정부 관계자가 많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환율에는 물가 등 반대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편 국세청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3~4곳을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세무조사중이라고 전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3~5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에 돌입된다. 계열사가 많아 해마다 몇 곳씩은 포함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과 대기업그룹이 처한 최근의 미묘한 상황과도 연결짓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국세청은 지난 2월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4일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삼성중공업도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서초타워에 있는 서울사무소를 시작으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에대해 이 회장의 ‘경제성적 낙제점’과 관련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재벌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비상장 계열사의 오너 일가에 대한 과도한 배당 등이 동반성장이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이번 세무조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