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중소형 상장사 인수ㆍ합병(M&A) 방식이 각기 다른 색(色)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은 ‘은둔형’이다. M&A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조용조용, 속전속결형으로 진행한다. 포스코는 알짜배기 기업을 공개적으로 M&A하는 ‘공격형’이다.
이에 반해 동부그룹은 실적 악화된 기업을 인수하면서 개인 소액 주주들의 지분을 저가(低價)에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용의주도형’이다.
LG그룹은 M&A가 아니라 범LG 일가가 코스닥 기업을 직접 상장하면 물량지원 형식을 취하는 ‘가족사랑형’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꽤 많은 코스닥 기업을 직접적인 M&A 방식이 아닌 지분투자 형식으로 인수했다.
당연히 ‘삼성’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삼성00과 같이 삼성과 연관성이 있는 펀드나 투자조합 등이 지분투자를 실시해 기술력 있는 코스닥 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삼성은 에이테크솔루션을 인수할 때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벤처투자조합이 지분투자를 한 뒤 삼성전자가 되사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에스에프에이에 지난 2010년 5월 투자할 때도 방식은 비슷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노출됐을 때 지분 투자기업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은둔형으로 조용히 진행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의 경우 유가증권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통큰 투자’를 진행했다.
지분 40.4%를 인수하며, 전 경영인을 그대로 경영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혜택도 줬다. 알짜배기 회사라면, 그 기업 가치 그대로 인수하겠다는 공격형이다.
이에 반해 동부그룹은 최근 두 건의 코스닥 기업 M&A를 용의주도한 계획 아래 진행했다. 일부 M&A 과정에선 개미 투자자들이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발생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다사로봇과 화우테크 등은 동부그룹이 찍은 코스닥 기업.
동부그룹이 다사로봇을 인수할 때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별로인 상황이었다. 다만 동부그룹이 인수를 한다고 하자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를 통해 동부그룹은 로봇사업에 진출하게 됐고, 지분 평가액도 높아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화우테크의 경우는 실적 악화 공시를 내 주가가 4거래일 하한가로 직행한 뒤 지분 투자 발표를 해 다시 5거래일 상한가를 만들며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두 사례 모두 기존 개인 소액 주주들의 지분을 저가에 털어낸 뒤, M&A 발표를 해 동부그룹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한 케이스로 최근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LG그룹은 직접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범LG가(家) 출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 뒤 그 기업을 측면에서 지원해줘 사업 시너지를 일으키는 가족사랑형이다.
엑사이엔씨, 액트 등이 새로 설립됐다.
이들 기업은 LG쪽 물량을 받아 사업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많은 부분이 LG 쪽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