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항생제 오남용 대표국임이 확인됐다.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빈도 미국의 2배’, ‘OECD 국가 중 항생제 소비량 1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55%’ 등은 한국에서 항생제가 얼마나 오남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아시아 태평양 감염재단(APFID)이 3일 간의 일정으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SAAR;학회장 송재훈)에서는 국내외 40여개국 2000여명의 감염질환 분야 의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계의 심각한 항생제 오남용 현황 보고와 이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세계 보건의 날’(4월7일) 주제로 ‘항생제 내성’을 정했던 터라 이번 학회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학회에서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항생제 오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아시아 각국의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 빈도를 보면, 중국 96%, 대만 85%, 베트남 80%, 일본 79%, 한국 77%, 홍콩 75% 등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61%), 프랑스(46%), 스페인(43%), 미국(38%)에 비해 크게 높았다. 한국만 놓고 보면 미국의 2배에 달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시아는 항생제 처방률이 매우 높고,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 이유는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법이나 항생제 내성에 대해 일반인과 의료인의 인식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감기(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55%에 달했으며, 의료 선진국인 일본도 이 같은 비율이 60%나 됐다. 인도와 중국은 입원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각각 82%와 78%로 더 높았으며, 인도네시아는 올바른 항생제 사용비율이 21%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국의 경우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 교수팀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1000명의 국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생제가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는 오답이 51%로 집계됐으며, 집에 남겨둔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8%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2%는 한국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의사의 높은 항생제 처방률(36%), 환자의 항생제 오남용(30%), 축산동물을 상대로 한 항생제 오남용(12%), 병원의 감염관리 부족(9%)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아태 감염재단은 올해부터 아시아 각국에서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I CARE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재단은 이 캠페인을 통해 항생제 및 내성에 대한이해가 부족한 아시아 각국에서 내성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 감염관리 및 예방접종 등을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송 교수는 “2010년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 DDD(일일상용량;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 분의 항생제를 복용)로 벨기에와 함께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며 “항생제에 대해 모두가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항생제의 종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