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방사능 물질이 섞인 ‘방사능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도에선 비에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하지만 검출된 양은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미량인 만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일본 원전 사고로 유출되는 방사선 준위의 양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방사능 비 등 대기로 인한 확산보다 오히려 해양 쪽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제주측정소에서 지난 6일 오후 8시부터 빗물을 채취, 분석한 결과 이날 오전 6시 현재까지 방사성요오드, 세슘-137, 세슘-134가 각각 리터당 2.02~2.66베크렐(Bq), 0.528~0.988Bq, 0.333~1.01Bq 검출됐다. 최근 몇 일 동안의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사능 비는 사실상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미 북반구 전역 대기에 방사성물질이 깔려 있어 빗물에 방사성 물질은 나올 수밖에 없다. 관건은 검출량인데 지난 28일 서울, 강원 지역 등에서 내린 비의 경우 최고 리터당 2.48베크렐을 기록했다. 이 검출량이 들어간 물을 하루에 2리터씩 1년간 마신다고 해도 X선 1회 촬영 때 받는 선량의 40% 수준이다. 제주도 역시 당시 서울 지역 등에서 검출된 양과 유사하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후쿠시마에서 한국으로 기류가 직접 유입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가 내리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북반구 전체에 방사성물질이 퍼져 있기 때문에 빗물에 방사성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간 만큼 되도록 비를 맞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원재 KINS 방재환경부장은 “당연히 비를 맞지 않는 게 좋지만, 현재 검출량이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일 뿐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불안해하기보다는 방사성물질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비 등 대기로 인한 확산보다 오히려 해양 오염이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다. KINS에 따르면, 3월 30일 이후 후쿠시마 지역에서 검출되는 방사선량률(nSv/h) 준위가 30일 오전 8시 3320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보여 5일에는 2270로 떨어졌다.
윤철호 KINS 원장은 “후쿠시마 인근 도시의 방사선량이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사성물질의 중요한 유출 경로가 대기가 아닌 해양으로 바뀐 만큼 만약 일본으로부터 직접 한반도로 기류가 분다고 해도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해양 방사선 감시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5월부터 매월 해수 및 해양생물 방사선 분석을 진행하며, 동ㆍ서ㆍ남해안 20개 지점의 해수 및 해양생물 분석 결과는 오는 11일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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