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분산 배치설에 대해 대변인을 통해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앞서 신공항 백지화 등 정부의 잇따른 말바꾸기를 경험한 정치권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며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박성효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7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과학벨트마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가 된다면, 이건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 대한 인품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분산 배치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박 최고위원의 직격탄에 대해 김무성 원내대표가 “말이 너무 지나치다”며 고성으로 제지하고 나서는가 하면, 안상수 대표도 “지역 얘기는 좋은데 최고위원은 국가 전체 업무를 보고해야지, (그럴 거면) 최고위원 자리에 왜 있느냐, 사퇴해야지”라며 박 최고위원을 질책하는 등 지도부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서도 “지금 정부가 국민과 스무고개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충청인들은 불안하고 믿을 수 없다. 매우 혼란스럽고 폭발 직전의 민심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과학벨트 분산 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야당의 정치 공세도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과학벨트를 경북에 유치한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 걱정을 했다”면서 “대통령 공약은 충청이다. 이제 그것도 바꾸려고 한다. 지역을 놓고 싸우면 결국 ‘형님벨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과학벨트를 영남 민심수습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미래 경쟁력을 감안할 때 과학벨트를 분산 배치하는 것은 한마디로 ‘망국적인’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임영호 대변인은 이날 ‘과학벨트를 고무줄벨트로 만들려는 무모한 정부’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가 과학벨트를 삼각벨트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며 “정부는 고무줄 ‘삼각벨트’ 음모를 전면 공개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국책사업 입지 선정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공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벨트와 LH 이전 문제를 가급적 5월 중으로 결론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춘병ㆍ이상화 기자/y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