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비즈니스나 기타 목적을 갖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엔 G20 정상회의로 각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이 줄을 이었고, 영화 홍보의 일환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행도 유독 많았다. 초국적 비즈니스 교류도 많아져 기업체에서 비즈니스 바이어나 VVIP급 손님을 초청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 VIP 대접에 있어 와인은 단순한 술, 그 이상이다. 외국인 VIP 의전관광 전문기업 ‘코스모진’의 정명진 대표는 “방한 외국인의 경우 입국부터 출국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관심사와 기분, 컨디션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전문 의전이 중요하다”면서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하고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중요한 촉매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라고 말했다.
식사 와인을 고르는 데도 VIP의 성별, 국적, 초청기업의 성격 등에 따라서도 선택이 좌우된다. 정명진 대표는 “VIP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방문할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를 미리 확보하는 건 필수”라면서 “VIP가 원하는 와인이 없을 경우 특별 주문하거나 별도로 공수해 구비해 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로버트 굴드, 영화감독 우디 앨런, 모델 신디 크로포드, 배우 줄리엣 비노쉬 등 전 세계 VIP의 의전을 담당했던 정명진 대표로부터 VIP를 위한 와인 선정 시 고려해야 할 팁을 알아봤다.
美·伊 출신은 자국생산 와인을
VIP를 위한 와인은 먼저 국적별ㆍ성별로 큰 방향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칠레,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와인 생산국 출신의 VIP의 경우 특별히 선호하는 와인이 없을 시 기본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된 와인을 대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VIP가 중국인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인이라면 프랑스 와인을 준비하는 게 좋다. 전통과 최고의 가치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은 특히 프랑스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르도와인협회(CIVB)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과 홍콩의 보르도 와인 수입액은 1억1800만달러로 프랑스산 와인의 주요 수입국인 영국을 앞질렀다.
최근에는 중국 대기업이 프랑스 보르도 주변 최고급 와인 생산지역인 포므롤의 샤토 비오(Chateau Viaud)를 매입하기도 했다. 포므롤은 보르도의 와인 재배지 중에서도 규모는 가장 작지만 가장 매혹적인 와인 생산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VVIP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최고 VVIP를 위해서라면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와인 5가지는 익혀두는 것이 좋다.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손녀딸의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을 정도로 너무 흠모했다는 ‘샤토 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모임 참석 회장단에게 접대한 후 이건희 와인으로 일컬어진 바 있는 ‘샤토 라투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매년 세계 각지의 유명 화가가 그린 라벨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칠드’, 국내에서는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송일국이 손예진에게 작업할 때 쓰이면서 유명해진 ‘샤토 오브리옹’, 루이 15세가 총애한 퐁파두르 부인 덕에 유명해졌다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VVIP에게 와인 하나만으로도 융숭한 접대를 받았다는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다.
여성 파트너엔 달콤한 화이트 와인
외국인의 경우 특히 파트너인 여성을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음식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 쪽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레드 와인을 준비할 경우에도 카베르네 쇼비뇽보다 메를로 품종을 택하는 쪽이 제격이다.
부드럽고 풍미가 달콤해 여성들에게 더 잘 맞기 때문이다. 메를로 품종의 주요 산지는 프랑스 보르도와 남서부 지방이며, 특히 보르도의 포므롤, 생테밀리옹에서는 카베르네 쇼비뇽보다 생산량이 배나 많아 메를로 품종으로는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배자리엔 샴페인 ‘모엣 샹동’
행사 성격에 따른 세심한 와인 선정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협상으로 축배를 드는 자리에서는 무엇보다 축배주의 대명사 프랑스 정통 샴페인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 상파뉴는 프랑스 와인산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겨울은 춥고 여름은 따뜻해서 화이트 샴페인 생산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프랑스 샴페인 중 최고로 평가받는 ‘모엣 샹동’이나 ‘동 페리뇽’은 축하의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행사나 모임의 자리에 여성이 있다면 ‘뵈브 클리코’를 준비해보자. ‘뵈브 클리코’는 27세의 젊은 미망인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이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아 샴페인을 출시한 후 대성공한 점에서 유래해 여성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미국 드라마 섹스&더 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의 칼럼이 버스 광고에 실렸을 때 주인공 4명이 축배를 들었던 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메릴린 먼로가 “나는 샤넬 No.5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해 유명해진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도 즐겨 마셨고, 프랑스 왕실의 연회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명품 스파클링 와인이다.
할리우드 스타라면 ‘도멘 오트’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은 요트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생활 등 화려한 라이프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이 지역엔 로제 와인이 유명하다.
이 중 도멘 오트는 프로방스 지방의 명망 있는 와인 명가인 오트 패밀리가 생산하는 와인이다. 도멘 오트 와인은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알렉 볼드윈, 킴 베이싱어 등이 좋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
봄입맛 ‘와인바람’났네
나른해지기 쉬운 봄에는 입맛을 돋우는 제철 음식을 더욱 찾게 된다. 봄철 음식은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해 풍부한 영양소와 낮은 칼로리를 자랑하는 것이 특징. 봄의 대표 음식과 함께 혈액순환을 촉진해 건강에 좋고 요리의 풍미도 살려주는 와인을 소개한다.
▶어린잎 샐러드엔 ‘에덴밸리 리슬링’=봄의 새싹을 주재료로 한 싱싱한 어린잎 샐러드에 치즈와 토마토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과 훌륭한 궁합을 자랑한다. ‘피터르만 아트시리즈 에덴밸리 리슬링’은 호주의 최고 리슬링 산지인 에덴밸리에서 생산, 진하면서도 은은한 봄 내음을 뽐낸다.
국제 주류 품평회 IWSC(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 에서 베스트 리슬링 트로피를 5회 수상하며 호주산 베스트 와인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풍부한 시트러스와 신선한 라임향이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활력과 잘 어울린다. 알코올 도수 역시 일반 화이트 와인보다 낮아 초보자도 음식과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와인이다. 가격은 5만2000원으로 요정이 그려진 화사한 라벨에서부터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월남쌈엔 ‘홉노브 피노누아’=다양한 야채와 볶은 고기, 계란 등을 라이스 페이퍼에 싸먹는 월남쌈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 ‘홉노브 피노누아’(750㎖ㆍ2만8000원)는 풍부한 과일향이 인상적인 와인으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격의 없이 사이좋게 지내다’는 의미를 지닌 와인 ‘홉노브’는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특히 부드러운 타닌으로 음식의 맛을 살려준다. 홈 파티 와인으로 유명해 봄을 맞아 여럿이 모여 식사를 즐기는 자리에서 편안하게 즐기기에 좋다.
▶봄나물 비빔밥엔 ‘소비뇽 블랑’=영양이 풍부한 냉이, 알싸한 맛과 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 비빔밥은 나물 고유의 향과 맛을 깔끔하게 살려줄 수 있는 적당한 산도의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영화 ‘카사블랑카’와 같은 이름으로 ‘연인의 와인’ ‘로맨틱 와인’으로 유명한 ‘카사블랑카 님부스 소비뇽 블랑’(750㎖ㆍ4만2500원)은 2005년 최우수 칠레 소비뇽 블랑으로 선정될 만큼 우수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신선한 봄나물로 만든 새싹비빔밥에 같이 곁들이면 참기름과 고추장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봄나물의 향긋함을 한층 돋운다. 파인애플, 자몽, 라임 등 상큼한 열대 과일의 진한 향과 자스민, 아카시아 등 다양하고 신선한 꽃의 달콤한 향이 나물과 어울려 다가오는 봄을 전해준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