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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덤이 사라진다
고물가 시대…자린고비형 영업전략 확산
푸짐한 화장품 샘플도

식당 후한 반찬 인심도

우유·두부 1+1 행사도

판촉용 사은품도 실종


초저가PB·기획상품 주력

비용절감 경영 더 고삐


# 가족들이 감자탕을 좋아해서 식당에서 감자탕을 자주 사다 끓여 먹곤 합니다. 예전엔 4인분을 시키면 큰 플라스틱 통에 고기며 감자며 가득 담아줬는데 요즘엔 3분의 2가 될까 말까 해요. 인심이 사나워졌어요.(회사원 조모 씨)

# 요즘 화장품 샘플 받아봤어요? 옛날엔 길거리에서나 가정판매원들이 듬뿍듬뿍 줬는데 이젠 안 줘요. 세탁소에 가면 덤으로 세탁해 주던 넥타이도 이젠 1000원이나 내야 한다고요. 공짜 점심 없다는 말이 딱 맞아요.(주부 김모 씨)
# 지난해엔 고추장 1+1 덤 행사를 하면 된장이나 쌈장 등 사은품을 추가 제공했지만 올해부턴 없앴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간장 등에 적용하던 높은 할인 서비스 행사도 가급적 자제할 계획입니다.(대상 관계자)

공짜가 사라지고 있다. 덤이 실종됐다. 대형마트에선 쇼핑객에게 공짜로 나눠주던 덤 상품이 사라졌고, 단골손님 왔다며 환한 미소와 함께 자투리 고기와 밑반찬을 푸짐하게 내주던 동네 고깃집 공짜 인심도 자취를 감췄다. 살인적인 고물가 때문에 대한민국의 공짜ㆍ덤 인심 문화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샐러리맨들이 즐겨 이용하는 오피스타운 주변 식당에선 공짜 인심을 좀처럼 볼 수 없다. 서울 광화문의 한 중식당은 코스 메뉴를 주문하는 단골고객에게 거저 주던 군만두 서비스를 올해부터 중단했다. 인근 식당들도 공짜 밑반찬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순대국을 시켜도 순대는 몇 조각 없고 양도 턱없이 줄었다. 반찬 가짓수도 2, 3개는 줄었다.

8일 낮 서울 고덕동에 위치한 이마트 유가공품 매장. 얼마전 이곳에선 1ℓ짜리 우유 1개에 180㎖짜리 우유 1~2개가 덤으로 주어졌지만 이날은 이른바 ‘배불뚝이 우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덤 행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즉석밥을 비롯해 일부 매장에서만 덤 판촉행사가 간헐적으로 진행될 뿐 라면, 음료, 화장지, 세제 등을 판매하는 대부분 매장에서 공짜 마케팅이 사라졌다.

식음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롯데주류는 수세미, 라면, 행주 등을 무료로 나눠주던 덤 행사를 30%가량 축소했고, CJ제일제당과 풀무원도 포장두부 한 모 사면 한 모를 덤으로 주는 1+1 덤 마케팅을 없앴다.

한때 고매출 일등공신으로 각광받던 덤 마케팅이 이처럼 종적을 감춘 것은 살인적인 고물가 때문이다. A마트 관계자는 “사은품 행사를 벌이면 매출은 15% 정도 오르지만 비용이 18~20%가량이나 늘어 오히려 손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공짜 인심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면서 소비자의 쇼핑 행태도 덩달아 달라지고 있다. 할인폭이 높은 세일 상품이나 이월 재고 상품을 구입하는 ‘짠순이 쇼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기획상품이 연일 매진되고, 백화점 바겐세일 행사장에 쇼핑객이 20~30% 이상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장인 한모(33·여) 씨는 “공짜나 다름없던 덤 상품이 사라진 뒤 가급적 일반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한 PB상품이나 초저가 기획상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쇼핑 스타일이 변하면서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거의 1년 내내 진행하던 덤 행사를 줄이는 대신 집객력이 우수한 저가격 PB상품이나 통큰, 더큰, 착한 등 초저가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짜 마케팅 대신 품질로 승부하겠다며 영업 전략을 수정하는 회사도 많아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린고비형 영업 전략이 필요하다”며 “덤 행사나 가격 할인과 같은 출혈성 공짜 마케팅은 급속히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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