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자회담에 앞서 ‘남북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 이라는 한국과 미국의 기존 입장에 처음으로 공감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적인 6자회담 개최’라는 틀 안에서의 변화인 만큼, 우라늄농축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 활동 중단, 폐기가 선행되야 한다는 한국 및 미국과 대립 구도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11일 중국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단계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첫 번째 단계는 남북한 수석 대표간 회담이 될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과 미국간의 회담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한ㆍ미의 기존 입장에 중국 고위 당국자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동감의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방중 중인 북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만찬 뒤 나온 이야기인 만큼, 선 남북대화의 필요성에 중국과 북한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계관 부상은 “우리는 이미 6자회담 테두리 안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니 더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 한국의 선 안보리 논의 방침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7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 부상은 이날 저녁 우다웨이 대표와 회동 뒤 시내 식당으로 이동,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 UEP의 안보리 논의는 불가하며, 그러나 남북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ㆍ미의 주장은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중국이 ‘선 남북대화’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낸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UEP를 포함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없는 6자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중, 그리고 최근 미국 커트 캠벨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서도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만을 이야기한 바 있다.
북한 김계상 부상의 방중을 계기로 나타난 이 같은 중국의 입장 변화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한ㆍ미가 주장하던 2가지 조건, 즉 남북대화와 북한 UEP의 안보리 회부 중 하나에 대해 중국과 북한이 양보한 만큼, 다른 하나에 대해서는 양보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가 한 관계자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그리고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서 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UEP가 심각한 도발 행위고, 기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북한의 핵 개발이 너무 많이 이뤄졌다는 한ㆍ미 당국의 인식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