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의 ‘6자회담 전 남북회담’ 수용으로 남북간 고위 당국자 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상황 안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핵 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언젠가는 열리지 않겠는가”라며 전날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간 핵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남북 핵 회담 개최 시 우리측 대표가 될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미국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 남북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난 1~2년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라며 “우리 제안이 던져져 있기에 북측의 반응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남북 핵 회담을 요구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이 납득할 만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핵) 회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남북회담을 6자회담으로 가는 절차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위 본부장도 “6자회담으로 가기에 앞서 생산적인 6자회담 논의를 위해 올바른 환경을 만들 것”이라면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미국 측 입장에 어떤 변화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와 미국 모두 아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문제 역시 남북 핵 회담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북한의 UEP는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안보리에서 이 점을 명확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UEP는 평화적 핵 개발을 위한 당연한 주권 행위라는 북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정식으로 남북 핵 회담을 제안해 올 경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의 임시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복귀, UEP 관련시설 사찰 등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