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카터 방북 분수령
미국인 1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문제가 북ㆍ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과 북한은 이번 억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접촉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메신저 역할을 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북이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인 1명의 북한 억류사실을 확인하고,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북한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억류 시기에 대해 “3~4개월 전”이라고 언급,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 재미교포인 미국인 남성 1명이 지난해 11월 북한에 들어갔다 억류됐으며, 미 정부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북한 당국에 억류 자국민과의 정기적인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09년 3월 미국 국적의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가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북ㆍ중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돼 억류됐다. 이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방북, 같은 해 8월 풀려났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북 인권활동 중이던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 로버트 박이 북한에 무단입국했다 체포된 뒤 억류 40일 만에 추방됐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북한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억류된 뒤 북한 돈 7000만원의 벌금과 8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으나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7개월 만에 석방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북ㆍ미 관계 변화의 또 다른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마침 카터 전 대통령이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 유력 인사들과 26일부터 사흘간 방북할 예정이어서 억류 미국인 석방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토너 부대변인은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기회를 통해 석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그(카터)는 이런 데 전문가”라고 언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