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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항제 선임기자의 이슈 프리즘>재계를 숨 막히게 하는 원인(遠因)
정부의 대기업 팔 비틀기가 그칠 줄 모른다. 올 들어서만 초과이익공유제 강행, 동시다발적 세무조사 확대, 일감 몰아주기 관행 철퇴 등 메가톤급 펀치가 잇따른다. 동반성장, 공정사회 구현 등이 명분이지만 물가안정 등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기업을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으로 들린다.

이는 3년 전 MB정부 출범 당시 ‘경제 대통령’ ‘비즈니스 프렌들리’ 구호와는 전혀 딴판이다. 재계가 바라는 법인세ㆍ상속세 인하는커녕 준법지원인 제도 강행, 수도권 입지규제 철회 등 반기업 정책만 갈수록 강도를 더한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일련의 정부 조처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한 대기업 사장의 하소연은 정부의 압박 강도를 실감케 한다. 

정유사 더러 적자를 내더라도 무조건 석유류 값을 내리라는 강압이 대표적 사례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는 지난 3개월 동안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구조를 샅샅이 뒤졌지만 ‘죄목’을 찾아내지 못했다. 단지 수출과 화학제품ㆍ윤활유 사업에서 많은 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ℓ당 100원 인하를 강제했을 뿐이다. 되레 연간 십수조원에 이르는 유류세 인하 압력이란 역풍이 아이러니하다.

왜 이리 변했을까. 우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 지지율 하락 등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을 숨기기 어렵다. 서민과 중산층을 의식한 좌편향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 이해가 간다. 당장 4ㆍ27 보궐선거와 내년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양대 선거를 감안하면 집권 여당으로선 조바심낼 만하다.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선제적 조처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분석 도구로 금융 관료만 중시하는 편향된 인사를 들 수 있다. 경제라는 수레를 금융과 실물의 두 바퀴로 균등하게 이끌지 않고 규제에 능숙한 금융 관료에게 적자생존이 모토인 산업 정책까지 맡긴 ‘외끌이’ 인사의 부작용으로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저축은행 잣대를 들이댄 격이다.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주요 보직 독식이 이를 방증한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제계 인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대기 경제수석 친정이 기재부다. 과천 관가의 윤증현 기재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론 최근까지 대통령 경제 멘토였던 강만수 산업금융 회장 역시 정통 재무 관료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전공도 화폐금융론이다.

실물 경제를 총괄하는 전ㆍ현직 지경부 장관을 살펴봐도 산업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 MB정부의 초대 이윤호 장관과 후임 최경환 장관은 옛 경제기획원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고, ‘최틀러’로 불리는 현 최중경 장관은 옛 ‘모피아’가 친정이다.

참여정부와 DJ정부 때도 산업 관료를 홀대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통 상공 관료인 이희범,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등은 산업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뼈대를 잡아줬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지금처럼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실물경제와 시장 동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궁극적으로 반기업 기류가 형성된 것은 산업 관료 홀대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한-EUㆍ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창의적 선진 산업정책을 펴기 위해서라도 실물 메커니즘에 밝은 산업 관료를 주요 정책 심의 과정에 참여시켰으면 한다. 대내외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비상시국엔 더욱 그렇다.

인위적 가격통제 결과는 항상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역사가 말해준다.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확보가 전제되어야 수급이 원활해진다. 이제라도 에너지 과소비 관행을 개선할 유종별 세제개편 등 신(新)에너지 대책으로 접근해야 온당하다. ‘시장을 왜곡하면 괴물이 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무법천지가 된다’는 인터넷 괴담이 현실화하지 않기를 소원한다.

yes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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