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중동과 같은 민중봉기가 발생할 경우 군부와 기득권 세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정은만을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은 살아남는 ‘꼬리자르기’ 수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강원도 양양에서 ‘북한의 변화 전망과 우리 사회 통일준비 자세’를 주제로 열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문가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표문에서 “북한에서 동요가 발생하면 김정일ㆍ정은이 원성의 핵심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세습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군중시위를 빌미로 지도자를 축출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했던 이집트 사례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자기 친위세력을 육성하려면 기존 세력을 숙청, 빈자리를 만들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군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면서 “김일철, 오극렬, 조명록 등과 같은 선군시대의 기득세력 일부가 이미 몰락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김정은은 공포와 사랑을 동시에 과시하면서 대내 장악에 나서고 있다”면서 “삐라, 낙서 등 공안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부는 국가보위부에 의해 조작됐고 천안함ㆍ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대내정치 긴장을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현재 북한의 상황은 ‘위기의 고조’가 아닌 ‘위기의 만성화’라고 분석하고, “장기화된 위기로 내성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한 주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극적인 남북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라면서 “영화, 드라마보다는 내복, 생리대, 볼펜이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 연구위원은 “재스민 혁명으로 중국 역시 중ㆍ장기적으로 민주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이 민주화 진전을 이룰 경우 독재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을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편들고 나서기는 어려우며 이는 북한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북한연구학회와 함께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계의 남북관계 전문가와 언론계, 정계 인사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