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아침 춘천여고 앞.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출근 시민들을 향해 고개부터 숙였다. 엄 후보는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강원도의 미래를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로 재보선 열전 돌입 이틀째를 맞았지만 민심은 아직 여당에게 싸늘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텃밭 강원도가 지역 홀대론에 함락됐다. 아직 상처가 깊다.
엄 후보 본인도 이번 선거의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당시 MBC 사장을 지냈고 이 일이 이번 강원 재보선 경선을 앞두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야당에선 배신자론을 제기했고, 여당도 일부에선 정체성과 후보 적합성 시비를 제기했다. 이번 선거는 그의 명예 회복을 결정하는 의미가 있다.
그는 요즘 가는 곳마다 ‘읍소전략’을 쓰고 있다. 엄 후보에게 이번 싸움은 경쟁상대가 야당이 아니라 민심이라는 주변의 충고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
초반 선거분위기는 일단 순풍이 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순 민주당 후보에 비해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착륙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중반전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 환경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기대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도 물거품이 됐다. 영동권 바람도 크게 좋은 편이 아니다. 일본 원전 사고가 삼척 원전 입지 문제로 불똥이 튀면서 그에게 강세지역이던 영동권이 들끓고 있다.
다만 여당의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막판까지 선두자리를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사흘째 강원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중앙당의 지원도 큰 힘이다. 엄 후보는 이번에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통해 강릉-원주-춘천을 잇는 친환경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고 강원도 최대 숙원인 접경지역지원법을 특별법 격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속초-동해-묵호 관광벨트화, DMZ평화생태공원 건설도 발표했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