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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건너서는 안 될 강 건넌 현대차 ‘귀족 노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결국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넜다. 매년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대주주의 기업 승계 비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그들이 정작 ‘정규직 세습’을 명문화하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2011년 단협 요구안에 ‘회사는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가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일정 기간 현대차 직원으로 근무했고, 아들이나 딸이 현대차 직원이 되기를 원하면 정규직 신분을 세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노조의 최우선 가치가 ’조합원들이 바라는 내용’을 받아 회사 측과 치열한 협상을 통해 관철시키는 것임은 분명하다.때문에 현대차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심지어는 진보진영까지 나서 이번 결정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아자동차나 한국지엠 같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정규직 세습이 가능한 조항을 단협에 이미 포함시킨 마당에 큰형님격인 현대차가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강변할 지도 모른다.


“정규직 세습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오늘날 현대차를 일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장기 근속자들의 노력에 대해 당연히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해당 내용을 단협 요구안에 반영했다”는 노조 집행부 입장은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노조 결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협상안이 사전에 노출돼 많은 비판과 질책을 받았음에도 이를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경악을 넘어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귀족 노조’로 불릴 만큼 현대차 직원들은 충분한 임금을 받고 있다.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무조건 희생한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치나칠 만큼 충분한 대가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현재로선 정규직 세습 내용을 사측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노조도 이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현대차 노조의 결정은 다른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을 내놓아야 반대급부도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부 비판 뿐 아니라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정규직 조합원만 챙기려는 이기주의라는 내부 지적까지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노조가 꺼내든 이번 카드는 스스로 ’격’을 깎아내리는 결정이다.

현대차 노조의 제식구‘만’ 챙기는 이기주의 행보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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