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닛산자동차가 최근 일본 내 전체 공장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도요타자동차도 일본 황금연휴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10일부터 6월3일까지 50% 정도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 여파가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혼다코리아다. 혼다코리아는 국내 최대 차급으로 부상한 준중형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형 시빅 출시를 당초 계획한 6월에서 8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 내 상황이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초기 물량확보와 마케팅을 위해서는 출시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가급적 신차를 빨리 들여오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보다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신형 시빅 출시 시기를 당초 6월로 생각했지만 일본 안팎의 상황을 감안해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공장도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는 도료용 안료 부족으로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등으로 일본에서 공급받던 ‘시랠릭(Xirallic)’이라는 도료용 안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시랠릭은 자동차용 도료에 첨가돼 자동차 표면에 광택을 내는 안료로, 독일 화학업체 머크 KGaA가 소유한 일본 오나하마 공장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된다. 이 공장이 지진과 방사능 오염 우려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뿐 아니라 도요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시랠릭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카(mica)’라는 수화알루미늄규산염 광물의 한 종류인 운모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카는 상대적으로 조달이 용이해 시랠릭 부족에 따른 차량 생산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어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크라프칙 CEO는 “향후 2주 내에 앨라배마공장과 부품협력업체들이 새로운 안료를 참가한 도료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5주 내에는 안료 교체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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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여파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도 도료용 안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현지 직원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