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일본군 수뇌부를 폭사(爆死)시킨 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1908~1932) 의사가 야학에서 농민과 청소년에게 한글을 가르치는데 사용한 교재가 80여 년만에 발굴됐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24일 “그동안 소실돼 없어진 줄로만 알고 있던 윤 의사의 저서 ‘농민독본’의 일부를 최근 발견했다”며 8쪽짜리 한글 교재를 공개했다.
이 교재는 자음과 모음을 소개한 ‘소리의 갈래’와 한글 맞춤법을 설명한 ‘조선글 마침법’ 등으로 이뤄져있고 ‘훈민정음예의본’과 ‘용비어천가’의 일부를 한글로 옮겨놓았다. ‘소리의 갈래’에서는 ‘ㅋ,ㅌ,ㅍ,ㅊ은 ㄱ,ㄷ,ㅂ,ㅈ에 ㅎ이 섞이었으므로 막힌다=마킨다, 좋고=조코, 벋힌다=버틴다, 좋다=조타’라고 우리말 발음의 원리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농민독본’의 일부인 이 교재는 기념사업회가 윤봉길 전집을 엮으려고 윤 의사의 저술과 친필 원고를 확인하다가 윤 의사의 사당인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찾아냈다. 발굴 당시 교재는 ‘농민편’ 앞 부분에 포개진 상태로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다.
윤 의사의 유품과 함께 보물 제568호로 지정된 농민독본은 그가 19세 때인 1927년 농민과 청소년을 계몽해 민족의식을 심어주려고 쓴 책으로 예절과 격언, 인사법 등을 가르치는 ‘계몽편’, 매헌의 사상과 사회의식을 담은 ‘농민편’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발굴된 ‘한글편’은 모두 소실된 것으로 전해져왔고 윤 의사가 직접 교재를 만들어 한글을 가르친 사실은 학계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연구위원은 “1972년 농민독본이 보물로 지정될 당시 조사관들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윤 의사가 야학에서 이 교재로 한글을 가르친 것은 평전을 쓴 고 임중빈 선생이 야학 제자를 만나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번에 찾은 한글편을 포함한 농민독본과 윤 의사가 지은 한시 300여편, 일기, 친필 편지 등을 모아 의거 80주년인 내년 ‘윤봉길 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윤 연구위원은 “농민독본 한글편 발굴의 의미는 윤 의사가 농촌에서 당시 국어였던 일본어 대신 한글과 우리말을 가르쳤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한글 교육을 통해문맹을 퇴치하려 한 윤 의사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