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연령대별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40대는 어깨를 활짝 펴고, 50대는 서서히 주눅이 들어가고, 60대는 더욱 눈치를 보게 됐다. 대기업에 40대 임원들이 대약진하면서 임원 세대교체가 광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임원 나이가 젊어지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 그리 큰 이슈가 안될 법도 하지만, 앞으로 2년 후에는 임원 평균 나이 40대 진입까지 예고되고 있다. 60대는 물론 50대 퇴장이 훨씬 앞당겨지게 됐다는 것이어서 다소 충격적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에서는 ’전문성’을 앞세워 30대 임원 발탁도 과감히 단행하고 있어, 임원 승진을 앞둔 50대 베테랑 임원후보는 물론 50대, 60대 임원들까지 인사철 때 마다 좌불안석하게 만들고 있다.
2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자산순위 100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임원을 분석한 결과, 40대 임원은 2006년(이하 연도말 기준)엔 10%에도 채 못미쳤지만 올해는 26.0%까지 확대됐다. 네 명 중 한명 이상이 40대 임원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임원 평균 나이도 5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52.5세)으로 내려왔다.
40대 임원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업체에선 이미 40대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임원 평균 나이는 49.4세다. 가장 임원이 젊은 (주)웅진홀딩스는 평균 48.8세, SK텔레콤은 49.2세다.
주목되는 것은 IT업체가 아닌 중후장대형 기업에서도 임원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줄곧 주창한 ‘젊은조직론’ ‘젊은인재론’과 같은 흐름이 업계 전체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하이트진로그룹은 하이트맥주㈜ 사장에 40대인 김인규(49)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구원투수 자격을 ‘패기’를 높이 산 것으로, 40대 CEO는 창사이래 처음이다.
젊은 임원 추세가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40대 역시 언젠가는 30대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에서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30대 3명이 발탁됐었다. 갤럭시S, 스마트TV 등에서의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들에게 준 파격적인 보상이다. 능력만 있으면,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연령 불문’하고 승진시킬 수 있다는 게 현대경영의 대세가 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무장한 40대 임원은 기업 신성장동력 창출에 필수다. 그렇지만 50~60대의 노련함과 경험을 사장하면서 까지 무조건 젊음에 매달릴 수 만은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50~60대의 조기 퇴장은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임원 연령층이 높은 기업은 현대중공업(54.9세), 삼성중공업(54.2세), 포스코(54.7세), 동부제철(55.9세) 등이다. 모두 백전노장의 경험이 꼭 필요한 중공업ㆍ철강업체들이다.
이 중 한 그룹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시대적 추세라고 너도나도 나이 든 사람을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한다면 기업 성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라며 “젊은 사람을 발탁하되, 경험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상ㆍ최재원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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