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나 암살이 현실화되면 서방에 핵폭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위협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5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로부터 미국이 관타나모 수감자 780명을 심문해 분석한 비밀문서를 입수, 이같이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9ㆍ11 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해 100명 이상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를 붙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이크 모하메드에 관한 파일은 그가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알-카에다 공격을 기획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문서에는 한 고위 알-카에다 사령관이 빈 라덴이 잡히거나 암살당하면 폭발시키려고 유럽에 핵폭탄을 숨겨놨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와있다. 세이크 모하메드는 당시 심문자에게 알-카에다가 ‘핵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돼 있다. 미 당국은 테러리스트들이 이미 핵연료인 우라늄을 구입했을까 봐 우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주유소와 가스, 전기 등 사회기반 시설을 목표로 한 몇몇 계획과 함께 미국 전역의 공공건물에 설치된 에어컨에 청산가리를 주입하려고 계획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은 대형 단지 내 있는 아파트들을 임대해 가스 폭발을 일으키려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미국은 관타나모에 수감됐던 780명 가운데 220명만 위험한 국제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80명은 단순히 계급이 낮은 군인이거나 탈레반 또는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한 극단주의자로 의심됐다. 심지어 나머지 150여 명은 농부나 요리사, 운전사 등을 포함해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인이거나 파키스탄인으로 드러나 석방됐다.
이밖에 14살짜리 소년을 비롯해 약 20명의 청소년이 수용돼 있었으며 건강에 심각한문제가 있는 89세 노인을 포함해 연금수급자들도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감자 중 500명은 이미 석방되거나 다른 나라로 이송됐고 180명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에는 수감자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잠 안재우기와 같은 고문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했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를 잡아 가두기 위해 쿠바 동남부의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설치됐으며 수감자에 대한 고문 및 가혹행위가 알려지면서 인권 침해의 상징적 장소로 악명을 떨쳤다.
텔레그래프는 이 문서가 영국정보기관도 관타나모 심문자들과 협력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조만간 이 문서들을 토대로 영국이 세계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겠다고 밝혔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