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는 여성 중 64.8%가 10년 이상 남편의 폭행에 시달려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 양육과 경제적 자립 문제로 용단을 내리지 못한 여성들은 남편의 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돼서야 가정폭력의 굴레를 벗어나려 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무료 소송구조를 통해 이혼에 나선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소송 301건을 분석한 결과 ‘매 맞는 아내’들의 혼인 기간은 10년 이상~20년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가 111건으로 전체의 36.9%를 차지했다.
20년 이상~30년 미만인 경우는 61건으로 20.3%, 30년 이상 가정폭력에 시달린 주부들이 23건으로 7.6%로 집계됐다. 이는 64.8%의 여성들이 10년 이상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망설이다 가정폭력이 상습적인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야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정폭력의 피해유형은 폭언이나 욕설을 들은 경우가 96%에 달했고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당한 경우는 80.4%, 흉기로 위협을 당한 경우는 33.6%, 방망이 등 물건으로 맞은 경우가 31.2%였다. 남편이 목을 조르거나 자신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답한 피해여성도 15.9%에 달했다.
그러나 어려운 결심 끝에 이혼에 나서도 합당한 수준의 위자료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01건의 소송 중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 난 사건은 120건 뿐이다. 이중 법원이 혼인파탄 책임을 남편에게만 물어 위자료를 명시한 87건 중 66.7%가 2000만원 미만의 액수로 결정나 10년 이상 고통받아온 피해여성들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박소현 법률구조2부장은 “위자료는 남편들의 경제력을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피해여성들의 고통에 비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폭력 남편 중 27.9%는 자녀에게도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등 안정적인 자녀 양육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소송 중 16.2% 정도는 아버지가 양육권을 갖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어머니가 양육권을 갖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자녀 학비 지원 등이 있지만 이혼 후 대부분의 폭력 피해여성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마련”이라며 “경제력 때문에 가정폭력을 감내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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