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신데렐라 탄생 보기 어려울 것”=우선 FT는 미들턴의 경우 서민층이 아닌, 확고한 중산층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들턴의 할아버지는 영국 왕실 공군 소속 파일럿이었고 친가는 대대로 영국 리즈 지역의 변호사 및 상인 출신이다. 미들턴 자신은 부모가 파티용품 판매업으로 모든 재산으로 영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말보로 기숙학교와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을 나왔다. 윌리엄 왕자를 만난 곳도 이곳이다. 레이 교수는 아무리 왕자가 자유분방하다 해도 “그저 그런 대학 출신의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FT는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계급은 사라졌지만 최근까지도 사실상 사회계급이 존재하며 계급 간 이동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레어 내각에서 장관을 지냈던 앨런 밀번은 “요즘 아이들은 나처럼 공공주택 단지에서 자라 정계에 진출하는 성공 스토리를 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비록 1950년대 이후 의무교육이 늘면서 변호사, 간호사, 교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노동자 계층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여전히 낮아 드라마틱한 신분상승은 생각만큼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조나단 포테스는 최근 중국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약진을 예로 들면서 “이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가난하게 살라는 원칙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중국 어린이들이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환경과 문화는 어떤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다른 집단에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테스는 “분명한 것은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왕자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