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의 전쟁’으로 명성을 날린 충칭(重慶)시가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싱가포르 화교신문 롄허짜오바오에 따르면 충칭 시는 조폭을 소탕하듯 100일동안(4월26~7월31일) 식품 및 약품의 안전을 집중 단속해 중국의 식약품 안전 시범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천식약 클렌부테롤 돼지고기, 염색만두, 소금물 백신 등 식품과 약품 안전사고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터지면서 불량식품은 조폭보다 무서운 존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내수용 식품이 해외로 수출하는 식품보다 품질이 뒤떨어진다는 설이 불거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고조된 상태다.
이에 충칭 시는 공상국, 식약품안전감독관리국 등 행정기관이 관할하던 식약품 안전 문제를 법집행기관이 선두 지휘하는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안당국이 여러개의 관계 부서를 총괄해 행정, 단속, 처벌 등을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100일 전쟁은 27일 멜라민 아이스크림을 적발하면서 초반부터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27일 충칭천바오(重慶晨報)는 충칭 지시다(吉喜達)식품유한공사가 멜라민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진 분유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려 하다가 공안에 의해 적발됐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아이스크림 기계설비 검사 때문에 생산을 미루고 있다가 단속에 걸려 다행히 멜라민 아이스크림의 유통을 막을 수 있었다.
이 회사가 구입한 분유는 ‘원스멍루(文氏蒙乳)’라는 네이멍구 브랜드로 멜라민 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가 이미 나왔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알면서도 이를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공안 당국은 이 회사 창고와 운수회사에 보관된 문제의 분유를 모두 수거했다.
멜라민 분유 파동은 지난 2008년 영아 6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신장 결석 질환에 걸린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멜라민 분유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일 상하이에서는 대형수퍼에서 염색 밀가루로 만든 만두를 옥수수 만두로 속이고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재가공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최근 칭다오(靑島)의 대형식당의 주방장이 “식당주방은 염색공장과 다를 바 없다”고 폭로하는 등 대형사건 이후에도 식품안전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펑황TV는 중국인의 82%가 식품 안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하루 세끼 식사를 통해 일반인들이 섭취하는 첨가제가 20여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중국의 식약품 안전문제가 관할 책임이 모호한 등 행정관리상 결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번 충칭시의 공안당국이 이끄는 식품과의 전쟁이 성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