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기 초인 지난 3월 종교재단이 소유한 사립학교들을 대상으로 해당 종교 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체 과목을 개설했는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이 올 2학기에 관내 각 학교에 적용할 예정인 학생인권조례에 이미 조례를 시행 중인 경기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종교수업 금지’ 내용이 조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일 “해당 조사는 해마다 신학기에 학교들이 수업시수 등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으레 하는 조사로, 올해도 시교육청과 관할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이 전화로 확인했다”고 전제한 뒤 “종교 수업 관련 내용이 조례에 포함될 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생인권조례자문위원단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28일 서울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은평학부모네트워크 특강을 통해 “장학사들의 조사 결과 종교재단 소유 학교 중 80% 가까이가 해당 종교 과목을 개설했지만 이 중 대체과목을 개설 안 한 학교는 10% 정도“라며 “대체 과목 없이 종교 과목을 개설하거나 학생들이 대체 과목을 선택하지 못 하게 하려는 움직임은 옳지 않다. 이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11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조례 최종 안을 확정한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계획이다. 조례에는 ▷체벌 금지 ▷두발ㆍ복장 자율화 ▷야간 강제 자율학습 금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곽 교육감이 제정자문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구성한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는 ‘종교 수업 개설 시 대체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시교육청이 내놓을 조례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상당수 시교육청 관계자와 교육계 인사의 전언이다.
현재 교육과정을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고시에는 ‘종교 수업ㆍ활동’에 대해 학생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고, 정규수업 시간 이외의 종교행사는 학생의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학교는 ‘철학’이나 ‘교육학’ 같은 종교 과목 대체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종교재단 소유 사립학교들이 “학생이 적어 반(班) 편성이 안 된다” “교사가 부족하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 등의 이유를 대며 이를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강제 종교 수업 금지’는 지난 2004년 당시 서울 대광고 재학생이던 강의석(25) 씨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와 단식 투쟁에 나선 이후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강씨는 대법원으로부터 “종교재단의 사립학교가 일정 한계를 넘는 종교교육을 강행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신상윤ㆍ박병국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