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용품 대박 아이템 부각
유통업계 1조원대 경제효과
올림픽도 관광산업에 호재
얼어붙은 소비심리 활력 기대
영국에서 4월 29일은 지금까지는 아무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다르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평민 출신의 캐서린 미들턴이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날이다.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결혼 전부터 결혼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국 정부는 왕실 결혼식을 시작으로 내년에 열리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관광 특수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코자 하는 것이다
실제 약혼녀 캐서린(애칭 케이트)이 입은 드레스, 반지를 비롯해 헤어스타일 하나하나까지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부상했고 왕실 결혼 관련 상품은 단숨에 ‘대박 아이템’이 됐다.
영국 2위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ASDA)는 5파운드(약 1만원)짜리 결혼기념 머그잔을 판매하는 등 이 참에 매출 확대의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도자기업체 포트메리언은 250종에 이르는 결혼기념 신제품을 출시했다. 캐서린이 약혼식에서 입은 385파운드(약 75만원) 상당의 사파이어 색 랩 드레스는 출시 하루 만에 품절됐다.
대형 유통체인 테스코는 잽싸게 이 드레스를 16파운드(2만9000원 상당)짜리 염가 버전으로 생산 판매했다. 런던의 20ㆍ30대 여성들의 절반은 이 드레스를 한 벌씩 장만했다는 다소 과장된 뉴스 기사가 나올 정도로 캐서린의 스타일은 선풍적인 인기다. 캐서린이 윌리엄에게 받은 약혼반지는 보석가게에 이미 ‘케이트의 약혼반지’라는 이름으로 복제돼 진열됐다. 저가 액세서리 상점에는 중국제 복제품을 팔지 않는 곳이 없다.
캐서린이 결혼식 당일 입은 웨딩드레스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윌리엄 왕자의 모친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1981년 결혼 당시 부푼 소매의 과장된 드레스를 입으면서 웨딩드레스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역사가 있다. 고풍스럽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자랑한 케이트 드레스는 세상에 공개되자 짝퉁이 만들어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국 유통업계는 이번 결혼의 경제효과가 결혼식 자체 가치만으로 1200만~1800만파운드, 크게는 6억2000만파운드(약 1조1200억원)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건배용으로 와인ㆍ샴페인 등 주류 및 각종 식료품 판매가 늘어난 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관광산업도 호황을 누렸다. 직접 수혜자인 호텔업을 중심으로 최대 10억파운드(약 1조8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결혼식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제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손실액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혼식 날이 소란스러워 해외로 빠져나간 영국인 수도 유입된 관광객 수 못지않게 많아 경제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경제효과는 왕실의 결혼 소식이 사람들을 들뜨게 만든 심리적 자극 효과다. 그동안 경기 침체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를 풀어 낸 경제효과는 소매 매출의 단기적 증가보다 더욱 값지다.
영국 정부는 이런 분위기가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다시 한 번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기의 결혼식에 이어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연이은 ‘경사’들이 과연 영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