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블릿 시장을 석권한 애플이 최근 국내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토종 업체들이 애플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거나 제품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다 국내 시장 자체도 예상보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 않아서다.
LG전자는 지난달에 공개키로 한 첫번째 태블릿PC ‘옵티머스 패드’의 국내 출시를 결국 보류했다. 이미 미국, 일본 출시에 이어 최근 유럽, 중동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사업자와의 협력, 통신환경, 고객 수요 등 시장환경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어느 모델로 진입할지는 다시 논의를 해봐야 안다”면서도 “시장이 무르익을 때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TG삼보가 지난달 말 출시한 10.1인치 태블릿PC ‘태빗(Tabit)’도 강력한 멀티미디어 전문 태블릿PC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애플과의 정면승부는 피하고 있다. 처음부터 E마트와 손을 잡고 일반 소비자가 아닌 공공시장을 포함한 비즈니스 시장을 타겟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통사를 통한 판매도 없다. TG삼보는 아이패드2와 직접 경쟁하는 일반 소비자 공략 제품을 하반기에나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태블릿PC를 선보였던 중견기업 엔스퍼트도 ‘미드하이(중고가 제품)’ 제품군을 겨냥하고 있다. 오는 7월 출시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3.0 ‘허니콤’ 적용 7인치 태블릿 ‘E401’, 5월 중으로 KT를 통해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아이덴티티크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창석 대표는 “애플과 사용자 세그먼트(영역)이 다르다”며 “애플이 전체의 70~80% 먹더라도 분명 다른 수요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500만대의 아이패드를 팔면서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은 막강한 마니아층과 바잉파워(buying power)를 활용, 후발주자들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 국내 태블릿PC 업체 관계자는 “블랙베리, HP 등은 원가에 팔아도 800~900달러대 수준인데 400달러대인 아이패드를 어떻게 잡겠느냐”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탭’ 조차 ‘아이패드’와의 경쟁에 밀려 재고 논란에 휩싸였을 정도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은 최근 ‘갤럭시S2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갤럭시탭) 재고 수준은 적정한 수준이다. 앞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적극 대처하겠다”고 설명해야 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국내외에서 애플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거세다. 오는 6월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이 출시되고 LG전자가 차기 경쟁작을 내놔야 애플을 견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한편, 글로벌 태블릿PC 시장(SA 기준)은 2015년 1억5000만대, 490억달러 매출이 전망된다. 태블릿의 고공행진에 급기야 지난 1분기에는 글로벌 PC 출하량(가트너 기준)이 1.1% 감소하기도 했다. 아직은 태동기지만 국내 태블릿 시장 규모(삼성경제연구소 기준)도 올해 120만대, 2012년 300만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대연 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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