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홍보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기소된 대학강사 박모 씨의 공판을 앞두고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구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최근 “박씨에 대한 법적 처리가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척도, 예술적 방법에 의한 풍자와 비판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중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감독은 “박씨가 그래피티 작업을 해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이 인정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해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며 “박씨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창동 감독에 이어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정윤철 감독, 김조광수 감독도 3일 서울중앙지법에 박씨를 구명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은 미리 공개한 탄원서에서 “박씨의 행위는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국민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도 “G20과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도 훌륭히 치러내는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풍자와 유머조차 가볍게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이는 실로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필리페 페팃이라는 프랑스 청년은 1976년 고공 외줄타기 퍼포먼스로 세계무역센터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키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연행됐다. 공공시설에 무단침입, 사전허락 없는 공연, 도로교통위반 등 경찰로서는 합당한 연행이었지만 뉴욕법원은 ‘뉴욕시 어린이들을 위해 외줄타기 무료공연을 1회 이상 실시토록하라’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해외 판례를 들먹인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가 1976년 미국 사회만큼의 여유는 최소한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G20 준비위원회가 설치한 대형 홍보물 22점을 쥐 그림을 그려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