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예정보다 크게 늘어난 투자 규모 계획이 드러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증액된 예산이 사실상 탈락지역의 ‘민심 달래기’에 편성됐다는 비판이다. 부지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예산편성조차 안 돼 있어 향후에도 예산 투자를 두고 진통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공개된 과학벨트 조성사업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까지 과학벨트에 총 5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09년 정부가 밝힌 3조5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논란은 증액된 예산이 대부분 탈락 지역에 투자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총 예산 중 2조3000억원을 대전 등 거점ㆍ기능지구의 기초과학연구원, KAIST연합캠퍼스, 중이온가속기 등에 지원한다. 이는 당초 지원계획과 변동이 없는 규모다. 하지만 경북권 DUP(DGIST, UNIST, POSTECH) 캠퍼스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캠퍼스에 각각 1조5000억원, 6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전국 대학 및 출연연 등에 설치될 연구단에도 8000억원을 배정했다.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된 지역에 투입되는 셈이다.
총 예산에 부지 확보 비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이온가속기나 기초과학연구원 등 과학벨트 조성에 필요한 최소 면적은 165만㎡(50만평)이다. 정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이 비용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계획은 연말에 나온다. (부지 비용과 관련) 지금 미리 얼마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과학계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건 과학계의 숙원이기도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면 필요한 지역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역별 나눠주기’식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까지 투자 계획이 잡혀 있는 만큼, 정권에 상관없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지 여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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