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으로 한반도 정세가 분기점을 맞은 가운데 남ㆍ북한 사이에서 ‘이중외교’를 펴고 있는 중국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이 남북 비핵화회담의 첫 단추부터 끼우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 직전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요청한 것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외교 소식통은 “중국 수뇌부가 남북한 정상을 동시에 만난다는 것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지금과 같은 정체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앞서 22일 끝난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선 중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김 위원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3국 정상선언문에선 남북대화의 필수적인 중요성과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남부를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이 오는 26~27일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국을 매개로 남북 정상 간 ‘간접대화’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히 이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에 식량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비핵화 조치와 남북대화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설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중국을 찾을 정도로 식량지원 및 경제재건이 절실한 북한 입장에선 중국이 이 같은 요구를 해 올 경우 그냥 무시해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약 김 위원장 귀국 후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에 일정한 ‘성의’를 보이거나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상주 허용 같은 비핵화 조치를 밝힐 경우 이후 6자회담 재개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남북대화 국면 전개 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어떻게 매듭짓느냐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현태 기자/po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