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작품 담보 380억 대출
188억원 개인돈 유용 구속
빌라건립 허위계약 의혹도
오리온 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미술품 거래를 통해 ‘돈세탁’을 해준 혐의로 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가 25일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홍 대표는 그동안 삼성 특검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사건 때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에 연루돼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이날 허위로 미술품을 거래해 오리온 그룹 비자금 조성에 가담하고 오리온 그룹 계열사 소유의 그림을 담보로 대출받아 쓴 혐의(범죄수익은닉 및 횡령) 등으로 홍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서미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거래 방식을 보면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팔아 달라는 그림을 자기 것인 양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받았고, 8억원대의 그림을 담보로 8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대표는 오리온 계열사인 M사가 구입한 90억원 상당의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 ‘스틸 라이프’를 마치 서미갤러리 소유인 것처럼 담보로 제공하고 경매회사로부터 95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이 그림을 되찾아온 뒤 다른 미술품 7점과 함께 현대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다시 담보로 제공하고 205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또한 8억1000만원에 오리온계열사 아이팩이 구입한 루돌프 스팅겔의 ‘Untitled’를 비롯해 미술품 4점을 담보로 맡기고 저축은행으로부터 8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이렇게 홍 대표가 남의 그림을 맡기도 빌린 돈은 모두 380억원. 홍 대표는 이중 18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대표는 오리온 그룹이 서울 청담동에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허위ㆍ이중 매매계약으로 부풀린 40억원을 서미갤러리를 통해 거래한 것처럼 세탁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홍 대표는 지난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오리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하자, 횡령자금 40억원 가운데 16억원을 실제 미술품 판매 대금으로 쓰인 것처럼 보이도록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Dot Painting’을 반입해 마크힐스에 걸어두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홍 대표는 개인적인 채무를 갚는데 서미갤러리 자금 5억5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담철곤 회장을 소환해 20시간여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담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논의하는 한편 부인인 이화경 사장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