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캠프머서’ 수백갤런…
대구·동두천도 가능성 제기
1960~70년대 잇단 폐기처분
과거 포르말린등 유출사례도
미군·환경단체 끝없는 의혹
“全 미군기지 전수조사 시급”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에 이어 부천, 부평, 동두천 등지에서도 고엽제를 비롯한 기타 화학물질이 운반ㆍ매립됐을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석면 매립, 기름 유출사고 등 과거 주한미군기지의 오염사태를 거론하며 전국 40여곳의 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북 왜관발 고엽제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캠프 캐럴뿐 아니라 전국 거의 모든 미군기지에서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으며, 1960~70년대에는 (주한미군이) 이들 화학물질을 사용한 뒤 땅에 파묻는 식으로 폐기처분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대한 전직 주한미군 및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 화학부대(USACDK)’에서 근무한 바 있는 로이 보우 씨는 자신의 웹사이트 ‘Korean War Project’를 통해 1963~64년 사이 부천에 있는 ‘캠프 머서’에도 수백 갤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화학물질’을 묻었다고 주장했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2009년 부평 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ㆍ벤젠ㆍ구리ㆍ납ㆍ아연 등이 검출돼 기지 내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대구 헬기장, 동두천 미군부대 등에서도 고엽제, 유독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한미군의 폐기물 매립, 방류는 화학물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주한미군 용산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인 포르말린 용액 470병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은 주한미군의 오염물질 관리 소홀을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류 유출사고도 단골손님이다. 지난 2008년 7월 미군기지 환경피해조사위원회가 발간한 ‘미군기지 환경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녹사평역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JP-8 항공유가 유출되는 등 전국 주요 미군기지에서 총 8차례에 걸친 기름 유출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건축폐기물 불법 매립도 여러 번 일어났다.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 ‘캠프 호비’에서도 지난 1997~98년 미군 2사단이 건축폐기물인 아스콘과 콘크리트 등을 인근 야산에 몰래 버리다 언론에 적발된 바 있으며, 1999년엔 평택의 미군 오산기지에서도 불법 폐기물 매립이 적발됐다.
이런 사고가 계속되다 보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에 거주하는 김준기(54) 씨는 “과거 미군이 동두천 미군기지에 건축물폐기물을 묻었는데, 이게 건축폐기물뿐만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에 사는 김연성(32ㆍ회사원) 씨는 “꼭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과거의 사례를 봐도 많은 주한미군기지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경북 칠곡, 경기 부천뿐만 아니라 부산, 파주 등의 미군기지도 오염됐을 것이 분명하다. 전국 모든 미군기지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현ㆍ이태형ㆍ황혜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