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400그루 모두폐기
시민들 “세금낭비 어이없다”
서울시 “은행나무 심을 것”
직장인 이모(여ㆍ38) 씨는 최근 서울 독립문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운전하던 중 차로 옆 가로수가 모두 잘려나간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로 양측에 나열해 있던 가로수가 크고 울창해 이 도로를 달리는 운치가 제법 컸기 때문.
없어진 가로수는 400여그루에 달했다. 가로수가 사라져 듬성듬성한 차로는 꽤 길게 이어졌다. 자취를 감춘 가로수의 흔적은 콘크리트로 덮인 채 마음이 상한 이 씨의 눈을 자극했다. 흉물스러웠다. 이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푸른 서울, 친환경 서울, 디자인 서울이라고 하더니 이게 뭔가요?” 이 씨는 결국 불평을 터뜨렸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거리의 가로수 400그루는 고양시계에서 서대문경찰청 앞까지 10.6㎞ 구간에 진행 중인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로 철거 뒤 폐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수가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에 장애가 돼 철거했다”며 “공사가 끝나면 다시 어린나무 300~400여그루를 구입해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철거된 가로수들은 평균 반경이 50㎝가량인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들로, 값으로 따지자면 그루당 100만원에 달한다. 400여그루가 폐기됐으니 모두 4억원가량이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중앙전용차로 공사 관계로 가로수 400여그루가 뽑혀나간 서울 서대문~독립문 간의주로 일대. 그 빈자리는 콘크리트 등으로 메워질 예정이다. 뽑혀진 나무는 그루당 100만원가랑으로 모두 폐기됐다. 서울시는 중앙버스차로 공사 후 그루당 30만원 상당의 은행나무를 다시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한 기자/ken@ |
그러나 서울시는 철거한 가로수는 폐기하는 게 더욱 경제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 후 이식하는 비용이 그루당 100만원”이라며 “철거된 나무를 폐기하고, 어린나무를 그루당 30만~40만원 선에 구입해서 새로 심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를 위해 4억원 상당의 기존 가로수가 버려지고, 새 예산 1억2000만~1억6000만원을 들여 가로수를 새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 씨는 “중앙버스차로를 만들기 위해 운치 있게 잘 크던 나무를 한두 그루도 아니고 400그루씩 잘라야 했느냐”며 “물론, 중앙버스차로 공사로 시민이 혜택을 입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공공행정을 펼쳤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한 시민은 “서민에게 1억~2억원은 엄청나게 큰돈인데 공무원들에게는 푼돈인가 보다”며 “가로수를 자그마치 400그루씩이나 철거한 뒤 아무 자책 없이 폐기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시의 가로수경관계획에 따라 애초 이 구간은 가로수를 전량 은행나무로 교체할 계획이었고 400그루 철거는 그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 구간에는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3대7 비율로 심어져 있었고 철거된 400그루에는 은행나무가 70%가량 포함돼 있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