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 비리를 파헤친 주역은 홍준표(현 한나라당 최고위원) 당시 서울지검 주임검사와 은진수(현 감사원 감사위원) 검사였다. 당시 2년 차 새내기였던 은 검사는 홍 검사를 도와 자금흐름을 추적했고 슬롯머신 업계 대부인 정덕진의 동생에게서 “이건개 대검찰청 형사2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결정적 진술을 이끌어냈다. 이 대건고검장을 비롯해 정ㆍ관계 유력인사 14명이 줄줄이 낙마한 것은 은 검사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었다. 슬롯머신 사건 수사는 이후 TV 드라마 ‘모래시계’ 내용의 모티브가 될 만큼 드라마틱했다.
그로부터 18년 후 두 모래시계 검사의 인생도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됐다. 26일 은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됐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는 곡절이 있었다. 은 위원은 초임 검사 시절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에 차출됐고 2000년대 중반 변호사 시절엔 부패방지위원과 국가청렴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부패척결 자리를 두루 거친 그가 이제 거꾸로 검찰의 부름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모래시계 검사’의 인생역전이다.
반면 또 다른 ‘모래시계 검사’인 홍 의원은 은 위원과는 매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홍 의원은 슬롯머신 사건 수사 이후 정계에 입문, 김대중 정부 시절 정권의 비리를 잇따라 폭로해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고 이후 정책 전문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뤘다. 18대 총선 당선으로 4선의 위업을 달성한 홍 의원은 여전히 강직한 소신으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오고 있다.
은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시절 공인회계사에 합격했고 1988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다. 2001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한나라당 서울 강서을 지구당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법률지원 단장을 지냈따. 특히 특히 ‘BBK 대책반장’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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