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ㆍ읽기ㆍ말하기ㆍ쓰기 등 4개 영역에 걸쳐 4등급 (AㆍBㆍC-Pass, F-Fail) 절대평가 체제인 고등학생용 국가 영어능력평가시험은 첫 시행되는 내년부터 일부 대학과 학과에서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 성적이 활용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현 중학교 2학년이 대상인 2016학년도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어) 영역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현재 수능 영어는 듣기ㆍ읽기 위주이고 말하기ㆍ쓰기 관련 교재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당장 내년 대입 수시 지원을 준비하는 고2 학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입시 전문가들은 “일단 EBS(교육방송)를 통해 모의시험과 시험 관련 각종 프로그램이 제공되므로 현재로선 EBS를 활용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 “말하기ㆍ쓰기, EBS 프로그램 활용을”=현재 시험 준비를 위한 교보재는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EBSe(영어교육채널) 방송과 사이트(www.ebse.co.kr)를 통해 시험 대비 강좌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모의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다. 교재도 이르면 시범평가와 모의시험을 토대로 내년쯤 선보일 계획이다.
오석환 교과부 영어교육정책과장은 “시험을 개발하면서 지난해 모든 학교에 말하기ㆍ쓰기 평가 매뉴얼과 평가 도구를 보급했다”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이를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려면 EBS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각 학교에 있는 원어민 교사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 말하기는 교사의 발음을 따라하는 연습을 하고, 쓰기는 수시로 교사에게 교정을 받는 것이 좋다”며 “‘영어회화’ 등 성인 대상 EBS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쓰기는 essay(에세이)ㆍ영작 교재, 말하기는 영어 면접 대비 교재를 통해 준비하면 좋다”고 말했다.
▶문법 문항 빠져…발음은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OK= 듣기와 읽기는 인터넷으로 보는 시험의 특성을 활용해 위치찾기, 도표 정보 찾기 등 클릭형 문항이 출제된다. 특히 읽기에서는 문법 지식을 묻는 문항은 뺀다.
실용영어 지식을 묻는 문항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령 인터넷쇼핑몰의 환불 안내문을 제시한 후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이냐, 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엇이냐’(읽기 3급), 약 처방전을 제시한 후 ‘알맞는 복용법은 무엇이냐’(읽기 2급)고 묻는 형식의 문제를 낸다.
수능과는 달리 국가 영어능력평가시험 영역에 포함된 말하기, 쓰기 문항도 평가 기준이 분명하다. 다만 말하기 할 때 발음은 원어민에 가까운 것보다는 이해 가능한 수준인지 정도만 평가한다는 게 교과부의 방침이다.
2급에서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발표하기(프레젠테이션) 문항이 포함되고, 3급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의 문항이 들어간다.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용기있게 구출한 학생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 후 1분간 준비시간을 주고 1분 동안 장면을 영어로 묘사해 말하도록 하는 예시 문항이 제시됐다.(말하기 2급)
쓰기에서는 에세이 쓰기처럼 자유 작문 수준의 문항은 넣지 않고 교과서에 근거해 특정 정보를 주고 약간의 의견을 추가해 글을 쓰는 정도의 문항만 출제한다. ‘그림을 보고 버스정류장에 있는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한 글을 20~30개 단어를 사용해 완성하라’ (쓰기 3급),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에 대해 장소이름, 방문시간, 그곳을 택한 이유 등을 60~80개 단어를 사용해 써보라’(쓰기 2급) 등이 예시 문항에 있는 문제들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