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의혹’으로 감사원을 넘어 청와대까지 벌집 쑤셔놓은 듯 ‘패닉’ 상태로 몰아 넣고 있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이 ‘게이트급’으로 비화한 계기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2009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 감시를 피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용으로 5조원대의 불법대출을 감춰왔던 이 그룹에 ‘경보음’이 울린 건 지난해 1월~4월. 감사원이 이 기간에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및 운영 및 감독실태’ 감사에 나선 것. 부산저축은행엔 비상이 걸렸다.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0일 금융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월~4월까지 저축은행 PF 대출과 관련, 금융당국의 부실검사를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 감사원은 ▷일부 부실 저축은행 PF 대출 사업장의 등급 상향조정 여부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활성화 대책이 일부 업체에 특혜였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내부자료를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확보하는 등 추상같은 움직임을보여줬다.
부산저축은행 등 업계는 깜짝 놀랐다. 당시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감사를 할 수 있는데 예보를 통해 민간 금융기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생존을 위협받은 부산저축은행으로선 ‘액션 플랜’의 하나로 각계에 선을 댈 수 있는 브로커에 ‘해결사’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PF를 문제 삼았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밝혀 이런 추론에 힘을 더한다.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은 저축은행 PF 부실 대출 감사 결과를 5월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감지한 부산저축은행 측은 대외 로비 창구 역할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양(구속기소) 부회장을 중심으로 ‘구명활동’에 나섰다. 브로커 윤여성(구속)을 통해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금품을 건네 감사원 감사 수위를 낮춰달라는 등의 청탁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은씨는 2005년부터 2년간 부산저축은행의 변호사를 맡은 전력이 있어 안면이 있는 데다 때마침 감사원 고위직에 몸담아 선을 대기 수월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저축은행은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표면화해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있는 은행을 금융당국이 추린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자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구명활동에 한층 박차를 가한 정황도 검찰 조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여년 이상 금융감독 당국의 부실 검사 등으로 몸집을 불린 부산저축은행이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결국 꼬리가 잡혔고, 이 은행과 악연을 맺은 유력인사들의 운명도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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