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출중한 20대 남성을 호객꾼으로 채용한 뒤 여성을 유인, 고가의 양주 등을 시키게 한 뒤 돈을 뜯어낸 ‘신종 삐끼’ 사기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유철)는 20대 초반의 남성을 채용해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한 와인바로 데려오게 한 뒤 바가지를 씌운 혐의(사기 등)로 김모(36)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김씨와 짜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와인바로 유인한 뒤 수고비를 받은 혐의(사기)로 전모(23) 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 2월~3월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전씨 등을 채용한 뒤 나이트클럽에서 여성들을 만나 데려오도록 한 뒤 총 26명의 피해 여성들로부터 25차례에 걸쳐 242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나이트클럽 PR매니저’란 명목으로 전씨 등을 채용했으며 클럽 출입비를 대주고 여성들을 유인해주면 매상의 40%를 수고비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씨 등은 자신들이 부담하는 척하며 고가의 양주 등을 시킨 뒤 ‘밖에서 다시 주차를 해달라고 한다’ ‘친구가 주차 시비가 붙어 잠깐 도와주러 나갔다 오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비운 뒤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김씨는 남아 있는 여성들에게 ‘술값을 내지 않으면 112에 신고하겠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는 등 협박을 가해 돈을 뜯어냈다.

김씨는 정상 영업 때와 다른 별개의 이른바 ‘삐끼 메뉴판’을 만들어 놓고 전씨 등이 데려온 여성들에게 70만원 상당의 조니워커블루 세트를 주문하게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심지어 ‘도망간 녀석을 붙잡아 주겠다’는 김씨의 말에 속아 그와 교제한 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기극은 그러나 돈을 내지 않으려는 피해 여성 2명을 ‘무전취식’했다며 김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112에 신고한 사건을 송치받은 한 검사 직무대리(사법연수생)의 재치에 꼬투리가 잡혔다.

사건을 맡은 이동익 검사 직무대리는 피해 여성들과 통화에 대포폰이 사용된 점을 주목했고, 통신 내역을 조회해 다수 피해자를 찾아내 이들의 진술 및 업소 관계자를 조사해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김씨의 범행을 적발해냈다.

<김우영 기자@kwy21>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