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슛을 날린 주장은 김준규 검찰총장. 임기 두 달여를 남긴 상황에서‘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부정한 돈을 받은 정ㆍ관계 인사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라는‘빅 게임’에서다.
그는 지난 30일 간부회의에서 “(저축은행 비리를) 끝까지 수사해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최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그 날, 수사 추진력에 한층 힘을 더하는 주문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돈이 물려 있어 가슴에 피멍이 든 서민의 응어리를 풀러줄 곳은 검찰밖에 없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전에 없던 뜨거운 관심이 김준규 호(號)에 쏠린다.
김 총장은 고립무원 처지였다. 지난해 봄 터진 스폰서 검사 파문, 여기서 가지를 친 검찰 개혁론은 아찔했다. 엉뚱하게도 원래 곱슬머리인 김 총장은 ’파마머리’로 오해받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수사는 바람잘 날 없었다. 전국청원경찰협의회의 입법로비 수사는 정치권의 큰 반발을 샀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덮기에 급급하다고 질책받았다. 총장 자리를 둘러싼 차기 후보간 경쟁 구도로 김 총장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아 그를 불편하게 했다.
갖은 입방아 속에서도 김 총장은 ‘때’를 기다렸다. 국회에서 검찰의 최대 화력부대인 중수부 폐지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도 우직했다.
‘때’는 홀연히 찾아왔다. 사회지도층 비리, 금융비리, 토착 비리 발본 색원에 주력해야 한다던 그의 방침대로 3가지 테마가 얽힌 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수사망에 포착됐다. 검찰을 흔든 여러 악재를 딛고 명예 회복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여야가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점이 김 총장의 ‘버저비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 어렵다. 자칫 포물선의 정점을 지나는 공을 경기장 밖으로 쳐낼 수도 있어서다. 검찰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보일 김 총장의 역전드라마 결말이 이래저래 궁금한 이유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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