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범죄단체 ‘양은이파’를 결성, 폭력계의 ‘대부’처럼 숭상받던 조양은(61)이 트로트 가수 최모씨를 협박하다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조씨는 두 차례에 걸쳐 최씨에 협박을 가했지만 한푼의 돈도 받아내지 못한채 경찰에 잡혀왔다. 왕년의 ‘폭력대부’가 체면만 구긴 모양새가 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30일, 조씨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가수 최씨를 상대로 “주식 투자로 본 손해를 물어내라”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로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9년 8월,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 김모씨로부터 “가수 최씨의 소개를 받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30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없냐”는 청탁을 받았다. 김씨는 최씨와 고향 친구 사이로 최씨의 권유를 받아 주식에 투자했으나 당시 주식 폭락으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에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양은이파 10여명의 조직원을 규합했다. 이어 그는 최씨를 논현동의 한 호텔로 불러내 “애들 시켜서 다리를 잘라 땅에다 묻으려고 했다가 참았다”며 그를 협박했다. 이어 조씨는 양은이파 행동대원 2명을 시켜 “큰형님이 너를 잡아오라고 해서 왔다”며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씨는 최씨로 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못한 채 체면만 구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구 조폭’으로 이름을 날리며 총 7차례나 구속수감됐던 조양은 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단순히 겁을 준 것 말고는 별 다른 피해를 끼친바 없어 수사는 불구속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조씨와 함게 행동한 조직원 4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10여명가량의 소규모 조직의 절반가까이가 입건된 셈이다.
조씨는 1975년 당시 서울지역 폭력조직 가운데 최대 규모였던 신상사파를 기습 공격한 ‘명동 사보이호텔사건’을 주도한 뒤 전국구 조폭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1980년 폭력조직 결성 혐의로 구속돼 15년간 복역했다. 출감후 조씨는 기업가들에 대한갈취, 영화판권관련 폭력등의 혐으로 계속 구치소를 들락날락하면서 그간 7차례, 19년 4개월이나 수감생활을 해왔다.
<김재현ㆍ박병국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