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홈피 사이버 설득전
지역구 방문 맨투맨 지지호소
“이번 수사권 조정이야말로 검찰의 수사 독점을 막고….” “아휴, 이미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습니다.”
지난 4월 중순께 전남의 모 지역을 방문한 야당 소속 이모 의원은 해당 지역 경찰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말이 나오자 먼저 손사래를 쳤다. 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루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속도 아닌데 너무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 사개특위(위원장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ㆍ이하 사개특위)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경찰의 국회의원 설득전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경감 이하 경찰들은 주로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당위성을 역설하는 ‘사이버 설득전’을 벌이고 있다. 총경 이상급 간부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을 방문한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현직 국회의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개특위 이주영 위원장의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총 34건의 사법구조 개혁안에 관한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모두 “수사권은 경찰손에 쥐어져야 한다”며 경찰 입장에서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글들이었다.
스스로를 ‘대구성서경찰서 강력팀장’이라 소개한 서장효 씨는 “사법경찰관리 복종의무는 독소 조항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수사권 개시 역시 현실에서 적용되는 사안을 법제화하자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으로 유명한 이인기 의원(한나라당)은 사개특위 소속도 아니지만 29~30일 이틀 사이 홈페이지에 51건의 관련 게시물들이 올라와 화제다.
비단 경찰 측에 호의적인 의원들뿐 아니라 중도 성향 또는 검찰 출신 의원에 대한 설득전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실제 홍준표 등 검찰 출신 의원 홈페이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회의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수사권 조정을 주장하는 경찰의 게시글로 넘쳐나고 있다.
경찰들의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국회의원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한나라당 의총에서 의원들 대다수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김정권 의원은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가지고 수사종결권은 검찰이 가지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으며 전여옥 의원도 “1차 수사는 경찰이, 2차 마무리는 검찰이 하면 된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람이 더 정의롭다”고 말했다.
이인기 의원은 “검찰이 수사권을 계속 독점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은 이 시대의 국민정서와 바람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