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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서울대총학생회 본부점거 사태를 보며 ’절차적 합의의 중요성’ 멀리갈거면 함께가라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게 아니라요. 아니 솔직히 저는 찬성해요. 그럼에도 점거에 참여하는 건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예요”

사흘째 서울대에서 본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서울대 생의 말이다. 그는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모든 학생이 법인화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법인화 반대보다는 ‘절차상의 문제점’에 화가 나있다고 했다. 왜 ‘법인화’란 중차대한 결정에 앞서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본부 2층 복도에서 쪽잠을 자다 기자의 발소리에 잠을 깬 사회학과 3학년 학생 김모(24)씨는 “만약 법인화 결정을 되돌릴수 없다면 법인화 방안은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함께 논의하는 것 조차,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어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뷰를 요청한 10여명의 학생 중 6명이 이와 같은 의견이었다.

‘법인화 원론적 반대’를 외치는 학생들의 주장도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이들은 법인화되면 등록금인상, 기초학문고사 등의 결과가 초래될거라며 강하게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는 미비하다. ‘~되면 ~될 것’이란 가정에 불과하다.

이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 ‘기초학문고사’ 결과는 없을거라고 설득하지만 말 뿐이다. 명확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안팎으로 서울대가 개교 사상 본교 건물이 점거된 건 처음이라며 떠들썩한데 이를 촉발시킨 구성원들의 주장은 모두 모호하기 짝이 없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서울대 법인화 모습을 놓고 갑을논박을 벌이는 형국이다. 법인화까지는 반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학교 측의 책임이 크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국회에서 법인화안이 통과되자마자 학교 구성원들과 대화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수와 노조, 학생들의 반발에도 “법인화 논의는 끝났다”란 말만 반복했다. 법인화 논의도 밀실에서 진행됐다.

점거 이틀째인 지난 5월 31일 총장의 행방은 묘연했다. 학생들은 총장과의 대화를 목청높여 요구했지만 총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처에서 피신중”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법인화까지 이제 채 7개월이 남지 않았다. 법인화 이후의 서울대 모습은 구성원들끼리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려있다. 독일처럼 공법인 형태가 될수도 있고 시장논리에 따르는 민영화ㆍ기업화 등의 형태가 될수 도 있다. 법인화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극소화하는 쪽으로 형태를 잡으면 된다. 어떤 형태든 구성원들의 합의에 바탕이 된다면 문제는 없다.

이제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직접 나서 격양된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미래 서울대의 향방을 결정지을 법인화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설득력이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가 필요하다.서울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멀리갈거면 함께 가란 말도 있지 않은가.

<황혜진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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