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잘나갔다.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켜 돈도 챙겼다. 배경도 든든했다. 모 그룹 창업주의 한 다리 건넌 인척이다. 아버지는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자금난에 납품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어느 몰락한 코스닥 전 상장사 40대 대표의 인생 부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신유철 부장검사)는 26억원대의 물품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한때 코스닥 상장사였던 한도하이테크의 김모(47)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씨는 모 창업주 매제의 조카이자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모 씨의 아들이란 사실이 알려져 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1월 24일께 서울 서초동의 회사 사무실에서 통신업체 대표 이모 씨로부터 26억원 상당의 내비게이션 등 물품을 납품받고도 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2008년 1월 31일께 서초경찰서에 “이 씨는 모 은행에 내가 발행한 백지 약속어음에 금액과 만기일을 임의로 적어 지급 제시했으니 처벌해 달라”며 허위 진정서를 낸 혐의(무고)도 있다.
김 씨는 물품을 공급받고 실제로 이 씨에게 22억원짜리 당좌수표와 4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담보로 줬으며, 정한 기한까지 돈을 주지 못하면 약속어음에 26억원을 적어 지급을 요구할 수 있도록 ‘백지 보충권’을 부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하려던 수사관에게 친구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혐의(공문서 부정행사)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2007년 한도하이테크를 인수한 뒤 회삿돈 375억여원을 빼돌려 채무 변제에 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한도하이테크는 1987년 설립된 자동인식장치 전문회사로, 2002년 코스닥에 상장됐으나 2008년 5월 상장폐지됐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