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을 전격 공개하면서 남측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과를 구걸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북측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대답을 통해 5월9일부터 남북 비밀접촉을 가졌다며 남측 접촉 당사자인 통일부 김천식 통일정책실장, 국가정보원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을 비롯해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북측은 이 접촉에서 남측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북) 측에서 제발 좀 양보하여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다. 또 “남측이 최소한 두 사건(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결속하자.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하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 망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남측이 제안한 5월 하순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회담, 6월 하순 1차 정상회담, 2달 뒤(8월) 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3차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다면서 딱한 사정을 들어달라고 구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북측이 주장한 남측 비밀접촉 당사자 가운데 김태효 비서관은 5월9~10일 베를린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남북 간 비밀접촉이 열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을 포함해 제3의 장소에서 접촉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북측이 4월부터 남측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고 거듭 간청했다고 밝혀 5월9일 이전에 비밀접촉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이 남북 간의 비밀접촉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비밀접촉 공개는 남북대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측 내부의 갈등 유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의 의도와는 별도로 돈 봉투설 및 남측의 대화 태도와 관련한 북측의 주장으로 인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비핵화 진정성을 사실상 남북 간 대화재개 조건으로 북측에 요구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북측의 주장대로 돈 봉투를 꺼냈다면 보수층의 반발은 물론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북측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돈봉투 주장에 대해 “황당한 얘기로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고말했고 정상회담 제안 주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정식으로 제안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면서 북측과 비밀접촉을 통해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만약 보였다면 국내 보수층으로부터의 반발이 적지 않는 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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