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불용 처리되고 있는 1조 원 가량의 남북협력기금을 통일 기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민간의 대북 교류와 인도적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 5ㆍ24 조치의 유효함을 강조하고 있는 청와대 및 정부와 다른 시각을 보였다.
황 대표는 2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매년 불용처리되는 남북협력기금을 적립해 통일 대비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일세 신설, 통일채 발행 등을 고민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남북협력기금은 대북 교류와 경제협력 지원을 위해 정부가 1991년부터 편성, 운영하고 있는 기금으로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남북 협력 사업 상당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난해의 경우 이 기금 상당수가 불용 처리된 바 있다.
대북 지원에 대한 정책 변화도 주문했다. 황 대표는 “통일을 위해서 정부는 북한 정권의 위협과 도발에 대처하는 한편, 북한 주민을 위한 민간 차원의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대북 지원과 교류를 사실상 전면 차단한 5ㆍ24 조치의 완화를 주장한 셈이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와 관련,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 의지도 강조했다. 황 대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등록금 문제는 핵심 과제”라며 “전문가 공청회, 당정 협의 등을 거쳐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부담 완화 대책을 이번 국회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책에는 직접적인 등록금 인하 뿐만 아니라 장학제도의 활성화,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 도덕적 해이를 막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은 중도개혁, 중도실용을 약속해왔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변화의 길을 더욱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